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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감이 이들을 손 잡게 했다

중앙일보 2015.07.14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13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사가 통합 추진 1년여 만에 통합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강래석 외환은행 노조 부위원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사진 하나금융지주]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과거는 접고 미래 얘기를 하자.”

하나·외환은행 통합 합의 … 김정태 회장 “일등보다 일류 지향할 것”



 10일 저녁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와 마주 앉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둘러싼 노사 대치가 좀처럼 풀리지 않자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선 조기통합이 공론화한 뒤 처음으로 서로 마음을 터놓은 솔직한 얘기가 오갔다. 노조 측이 요구해 온 통합 후 2년간 별도 인사체계 운영, 단일노조 결성 전까지 개별 교섭권 인정 등 몇 가지 쟁점도 합의됐다. 이후 하나금융과 외환노조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다음날인 13일 새벽 노조는 간부회의를 열어 최종 합의안을 논의한 뒤 오전 7시 김 회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해 7월 조기 합병이 공론화한 이후 1년여를 끌어 온 노사 간 줄다리기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노조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정된 합병 기일은 9월 1일이다. 행정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관건이던 노사 합의가 막판에 이뤄지면서 금융당국도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할 때 제반 서류를 검토했던 만큼 새롭게 들여다봐야 할 쟁점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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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외환이 합치면 자산 290조원(올 1분기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282조원)을 뛰어넘는 국내 최대 은행으로 부상한다.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하면 수익 규모에서도 국내 선두인 신한은행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대략 계산해도 연간 2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으로선 덩치와 고객 충성도에선 KB국민은행에 밀리고, 수익성에선 신한은행에 뒤처지던 상황에서 단숨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금융권에서 더 주목하는 건 단순한 비용절감보다 색깔이 분명한 두 은행의 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이날 본지에 “합병 은행은 ‘일등 은행’보다는 ‘일류 은행’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덩치 키우기’보단 두 은행의 장점을 결합해 질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합병을 계기로 은행의 글로벌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하나대투증권의 투자금융(IB)을 결합해 최근 선보인 ‘인터내셔널 PB센터’가 상징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남은 과제는 법적·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화학적 통합’이다. 통합 논의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이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외환은행의 잠재력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환은행은 한국 금융산업의 영광과 시련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존재다. 경제개발기인 1967년 한국은행 출신을 주축으로 국책은행으로 출발해 수출 드라이브를 뒷받침했다. 일반은행으로 전환한 뒤에도 신용카드, 365일 자동화 코너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거래 대기업의 부실에 급전직하했다. 이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돼 10년을 보낸 끝에 2012년 하나금융에 인수됐다. 이번 합병 논의의 최대 걸림돌도 당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맺은 노사 합의서였다. 하지만 인수 이후 은행 경영 여건은 당초 경영진의 예상과 달리 급변했다.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 순이익도 1221억원에 그쳐 시중은행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런 위기 상황은 결국 외환은행 직원의 마음을 조금씩 돌아서게 만들었다. 여기에 하나금융 측이 ‘외환(KEB)’ 명칭을 포함하기로 하고 고용안정 보장과 이익배분제 도입 등을 약속하면서 노조도 반대할 명분을 잃었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하나-외환 합병 은행의 가세로 ‘리딩뱅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김경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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