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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US여자오픈골프 우승…한국인 7번째 챔피언

중앙일보 2015.07.13 17:41
"렛츠 고 덤보! (Let's go, Dumbo!)"



한 갤러리가 목청껏 외쳤다. 난생 처음 US여자오픈에 출전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를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전인지는 첫 출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했다. 팬들의 환호에 생글생글 웃으며 화답하는가 하면 뒤를 따르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덤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기 코끼리의 이름. 큰 체격과 큰 눈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닮았다 해서 이제는 덤보가 그의 별명이 됐다.



전인지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메이저 대회까지 정복하며 월드 스타로 거듭났다. 전인지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골프장(파70)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81만 달러(약 9억2000만원).



선두 양희영(26)에게 4타 뒤진 3위로 마지막날 경기를 시작한 그는 버디 7개, 보기 3개를 엮어 4타를 줄인 끝에 양희영(합계 7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전인지는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하는 기록과 함께 1996년 안니카 소렌스탐과 1999년 줄리 잉스터에 이어 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272타)도 세웠다. 70년 대회 역사상 첫 출전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가 네 번째. 가장 최근의 경우는 2005년 김주연(34)의 우승이었다.



전인지는 2013년 국내 여자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또 지난 5월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을 정복했다. 두 달 만에 전인지는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과 미국·일본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전인지는 또 2008년 신지애(27·스리본드) 이후 7년 만에 같은 해에 한·미·일 투어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전인지는 이날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막판 스퍼트를 했다.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했지만 동타를 기록 중이던 양희영이 마지막 홀에서 4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 트로피는 전인지의 차지가 됐다.



양희영은 235야드 거리의 짧은 파4홀인 16번홀에서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이글을 뽑아낸 데 이어 17번홀(파3) 버디로 공동선두에 올랐지만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이번에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준우승.



전인지는 올해 국내외 투어에서 벌써 5승을 챙겼다. 이날 그의 퍼트수는 27개. 그린적중률도 86%로 전체 선수 중 가장 좋았다. 그는 "US오픈도 처음이었고, 캐디도 처음 만났다. 우승까지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캐디는 신지애와 일하다가 최근엔 서희경(29)의 백을 메고 있는 베테랑 딘 허든(호주)이다.



전인지는 내년 LPGA투어 전 경기 출전권과 함께 US오픈 10년 출전 자격까지 얻었다. 전인지는 “LPGA 투어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부모님과 상의해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20위에서 10위로 뛰어 오른 전인지는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리우 올림픽에는 특정 국가에서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와 4위 김효주(20·롯데) 6위 유소연(25·하나금융) 9위 양희영, 12위 김세영(22·미래에셋)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국 선수들과 유독 인연이 깊은 이 대회에서 박인비가 5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한국 자매가 1~3위를 석권했다. 최근 8년간 US여자오픈에선 6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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