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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기자의 현장에서] 국회의원의 민낯

중앙일보 2015.07.13 15:47
박효정 대학생(연세대 정치외교학) 인턴기자




인턴기자로 국회의원들의 공식 일정을 따라다녀 보니 잘 짜여진 연극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각본이 있고 국회라는 무대에서 배우가 노래하며 춤을 춘다. 사람들이 그 무대에 박수를 치거나 야유를 보내며 무엇보다 궁금해 하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배우의 민낯이다.



최근 조금이나마 그들의 민낯에 가까운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 녹음 현장을 지난 8일 방문했다. 스튜디오인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시끌벅적한 술집의 모습이 나타났다. 테이블마다 놓인 골뱅이와 막걸리, 그리고 저마다 즐겁게 떠드는 사람들. 여느 술집과 다른 점이라면 가장 안쪽의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스튜디오가 유일했다.



녹음 시각인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의원들이 한 명씩 이 묘한 공간으로 입장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청중들 사이에서 진선미 의원의 화장이 어떻다느니, 직접 보니 의원들의 외모가 어떻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오픈바’ 형식의 '진짜가 나타났다' 공개 녹음이 시작된 뒤에도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의원들은 각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옆에 두고,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녹음에 임했다.



어차피 다음 날이면 공개될 방송인데 청중들이 직접 녹음 현장까지 찾아와 듣는지가 궁금했다. 쉬는 시간, 김광진 의원이 “막걸리 많이 드셨어요?”라고 물으며 뻥튀기 안주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답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국회의원의 무대 위 모습이 아닌 민낯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여배우들의 ‘민낯 셀카’는 소통의 한 방법이다. 무대 위에서의 진한 화장을 지운 모습을 그들은 ‘셀카’를 통해 보여준다. 번거로운 행위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진짜가 나타났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추구해야 할 소통의 방식도 여배우의 ‘민낯 셀카’나 그들의 ‘오픈바’ 녹음 형식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들려주면 좋겠다. 녹음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기 때문에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했다.



소통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기도 해야 한다. 사람들이 민낯을 궁금해 한다면 민낯에 가까운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한다면서도 진하게 화장한 모습만 보여주는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박효정 대학생(연세대 정치외교학) 인턴기자 sweetre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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