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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뇌물수수 혐의' 구청 공무원 등 경찰에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2015.07.13 15:37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건축사 등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로 구청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축물사용승인 등을 대가로 건축사 등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뇌물수수)로 A구청 건축과 팀장 김모(53)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또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임의로 폐기하거나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죄 등)로 B구청 소속 강모(48)씨 등 서울시내 19개 구청 소속 공무원 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건축사 21명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김씨는 2000년 11월~지난 1월 사이 자신이 평소 알고 지내던 건축업자의 동생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이용해 건축물사용승인과 건축 민원인 소개ㆍ알선 등 명목으로 건축업자에게서 1억30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차명계좌가 경찰에 적발되자 구청에 사표를 제출한 뒤 대포폰 등을 사용하며 3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자신의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5월 말로 만료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2008년 6월 이전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585만원을 받아챙긴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불구속된 강씨 등은 건축사 등으로부터 건축물사용승인 신청을 접수하면서 “원활하게 처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고 특별검사원이 제출한 위법사실을 담은 검사조서를 임의로 폐기하거나, 시정ㆍ보완이 필요한 건축물에 대해 별다른 시정조치 없이 사용승인을 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도로 폭 미달’ ‘주차장 높이 미달’ 등 위법사항이 확인된 건축물은 시정조치 뒤 사용 승인 허가를 내줘야 하지만 이들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위법사항이 있는 건축물을 적법한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사용 승인해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 아직도 공무원과 관련 업자 간 금품수수 관행이 남아 있었다”며 “공무원들의 ‘불법 불감증’이 만연해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제로 2010년 서울 중랑구 묵동에 있는 다가구주택 현장조사에서 도로폭이 규정인 4m에 미달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담당공무원이 적법한 것으로 승인 처리한 일이 있었다”면서 “충분한 도로폭이 확보되지 않으면 화재발생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대형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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