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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때문에…" 백화점 강도로 돌변한 50대 가장

중앙일보 2015.07.13 11:37
서울 강남의 백화점 주차장에서 강도행각을 벌인 50대 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백화점 주차장에서 흉기를 들고 60대 여성을 위협한 혐의(강도상해)로 이모(52)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쯤 서울 강남구의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쇼핑을 마치고 백화점을 떠나려던 A(60ㆍ여)씨가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 타자 조수석에 따라 탔다. 공업용 커터칼을 꺼내 든 이씨는 A씨를 위협하며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A씨는 “돈을 다 가져가라”며 이씨와 다툼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이씨가 손에 든 칼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 틈에 차량 밖으로 달아났다. 차량을 탈출한 A씨가 비명을 지르자 이씨는 즉시 도주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 10일 오후 경기도 문산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이씨를 잡은 곳은 식당에 딸린 컨테이너 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이씨는 경기도에서 학교에 건축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던 평범한 가장이었고 아무런 전과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학교 공사가 줄어들고,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공사가 차례로 취소되면서 이씨의 사업은 급격히 기울었다. 게다가 이씨의 어머니와 형의 투병생활도 뒷바라지해야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부자가 많다는 서울 강남에 가서 사정하면 누군가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범행을 벌일 계획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강남 거리를 돌아다니던 참에 여성 혼자 운전하는 외제차를 발견하고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벌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당일에도 식사를 한끼도 못해 힘이 없어 칼을 떨어뜨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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