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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蓋棺事定<개관사정>

중앙일보 2015.07.13 09:45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 달라”고 말한 지 13일 만이다. 원조(元祖) 친박(親朴)으로 통했던 그인지라 여진이 심상찮다. 그는 사퇴의 뜻을 밝힌 날 몇몇 지인들과 함께 밤늦도록 통음(痛飮)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처지가 거자일소(去者日疏)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한번 떠난 사람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갈수록 멀어진다’는 뜻이다. 『문선(文選)』 잡시(雜詩)에 나온다. ‘떠나버린 사람과는 날로 멀어지고(去者日以疎) 산 사람과는 날로 친해진다(生者日以親) 성문을 나서 바라보면(出郭門直視) 보이는 건 오직 언덕과 무덤뿐이네(但見丘與墳) 옛 무덤은 갈아엎어져 논밭이 되고(古墓犁爲田) 소나무와 잣나무는 잘리어 땔감이 되네(松佰?爲薪) 백양나무에는 구슬픈 바람이 일어(白楊多悲風) 쓸쓸히 사람의 애간장을 끊는구나(簫簫愁殺人) 옛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思還故里閭) 돌아갈 길 막막하니 어찌할 거나(欲歸道無因).’



 떠난 사람인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갈수록 소원해질 것이고 옛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과연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지만 그가 사퇴의 변을 통해 향후 독자 노선의 길을 걷겠다고 밝힌 건 두보(杜甫)의 시 군불견(君不見)에 나오는 성어 개관사정(蓋棺事定)을 연상시킨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길가에 버려진 연못을(君不見道邊廢棄池)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꺾여 넘어진 오동나무를(君不見前者?折桐) 백 년 뒤 죽은 나무가 거문고로 쓰이고(百年死樹中琴瑟) 한 섬 물은 교룡(蛟龍)을 품기도 한다(一斛舊水藏蛟龍) 장부는 관(棺)을 덮어야 비로소 일이 결정되는 것이고(丈夫蓋棺事始定) 그대는 다행히도 아직 늙지 않았거늘(君今幸未成老翁) 어찌 원망하리요 초췌하게 산 속에 있는 것을(何恨憔悴在山中) 심산궁곡은 있을 곳이 못되니(深山窮谷不可處) 벼락과 도깨비와 미친 바람까지 겸하였음에랴(霹靂??兼狂風).’



 개관사정이란 말처럼 사람의 일이란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실로 변화무쌍의 궤적을 그리는 인생의 항로에서 과연 정치인 유승민이 최종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 지는 앞으로 그의 하기 나름에 달려 있지 않을까.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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