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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 아닌 협치의 시대 … 대통령·국회, 서로를 설득해야

중앙일보 2015.07.13 01:09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충돌한 13일간의 정국에서 대한민국 정치권의 의사조율 구조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과거 국정 운영에 참여했던 인사들이나 정치학자들은 이런 갈등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제 협치(協治)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리더십의 위기 극복하려면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YS 정부)은 “대통령이 특정인을 혼내는 건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레임덕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협치의 시대인 만큼 대통령이 일을 하려면 출신 정당뿐 아니라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옳다고 여기는 일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므로 대통령은 각 정당과 손잡고 노력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야당도 당·청 갈등을 남의 일로 구경만 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번 파열음은 단순히 대통령이나 여당의 잘못 때문만이 아니라 민주국가의 기본인 ‘정치에 의한 통치’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 시대에선 권력은 설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설득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국민대 김병준(행정학) 교수도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가 아무리 많이 당선하더라도 집권 4~5년차의 레임덕은 피하기 어렵다”며 “이번 기회에 국가 거버넌스(협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협치를 위해 소통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안으로 등장했다. 이번엔 대통령이 국회와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의견이 구체적으로 나왔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명박 정부)은 “협치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며 “청와대에 시민사회와의 대화 채널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있던 시민사회수석실을 폐지했다가 나중에 부활시킨 것도 소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며 “야당과의 대화를 확대하기 위한 ‘여·야·청 협의체’도 고려할 만하다. 야당과 대화하는 게 당장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이견을 미리 좁히는 게 궁극적으론 효율을 높이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당·청 관계뿐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만들려면 “자주 만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은 “미국처럼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번이든 정해놓고 여야 지도부나 의원들을 계속 불러 ‘식사정치’를 하고,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와서 밥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주요 이슈에 대해선 청와대와 국회의 ‘사전 협의 채널’도 시도해볼 만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병준 교수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도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장 및 각 당 관계자들과 만나 어떤 문제가 있는지 논의했어야 했는데 아무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더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당과 정부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할 게 아니라 조정자와 균형자로서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정종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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