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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중에 없는 ‘자기 정치’… 당·정·청 회의 84일째 스톱

중앙일보 2015.07.13 01:08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달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세계 간호사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문재인 대표. 박 대통령은 엿새 뒤인 25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시스]


정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 3.8%에서 3.1%로 하향 조정(6월 25일), 그리스 사태로 원화가치 하루에 8.4원 하락(6월 29일), 그리스 국가부도(6월 30일), 광주 유니버시아드 개막(7월 3일)과 일본 강제징용 시설 세계유산 등재 결정(7월 5일).

메르스 등 악재 쏟아져도
‘유승민 거취’ 13일간 전쟁만
공익·소통·민주·품격 실종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자 심판’ 발언에서 시작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로 막을 내린 ‘13일간(6월 25일~7월 8일)의 전쟁’ 중 발생한 헤드라인 뉴스들이다. 이 기간 중 정치는 ‘다른 세계’였다. 대한민국호의 키를 쥔 정치 리더십은 무공(無公·무공익), 무통(無通·무소통), 무민(無民·무민주), 무격(無格·무품격)의 ‘4무(無) 리더십’의 늪에 빠져 있었다.





① 국민 이익과 무관한 노선투쟁



  13일간의 당·청 갈등을 지켜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의 통치력이 약화된 와중에 벌어진 헤게모니(주도권) 다툼과 노선투쟁의 결합”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민은 안중에 없었던 권력 싸움”이라고,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당과 유승민의 독자 행보에 대통령이 ‘더는 못 보겠다’고 선언한 것이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표현은 달랐지만 ‘공익과 무관한 그들만의 전쟁’이었다는 지적이었다.



“OECD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숙청 지시”(조국 서울대 교수)라며 박 대통령을 겨냥한 이들도 있었지만 “당과 조율 없이 자기 입장만 내세운 대표연설을 한 게 사태를 촉발시켰다. 전형적인 자기 정치”(전직 총리)라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비판도 있었다.



결론은 어쨌든 공공의 이익은 없었다는 것이다.



② 국회법 중재안에 소통 안 해



  “정치는 소시지 만들기와 같다. 만드는 과정은 보기에 안 좋지만 대신 맛있는 소시지를 내놓는 게 정치다. 그러나 이번엔 만드는 과정 전체를 국민에게 보여줬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따끔한 일침이다. 안 교수는 “물밑에서 조율하고 만족스럽지 않아도 50% 선에서 타협하는 게 정치”라고도 했다. 당·청 간 소통 파이프가 지난 2월 유 전 원내대표 취임 이후 막히면서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청와대 참모가 국회에 가서 소통했어야 마땅했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③ 정당 민주주의, 옛 총재 시절로



  정치시계는 당 총재 시대로 회귀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당 민주주의는 20~30년 후퇴했다. 적어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총재직에서 물러났던 2001년 이전으로 정치시계가 되돌려졌다”고 했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내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은 쇄신파의 ‘권노갑·박지원 퇴진’ 요구에 DJ가 총재직을 던졌던 2001년 이후엔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정희(정치학) 교수는 “대통령 한마디에 왔다 갔다 하는 의원들의 팔로십도 문제”라고 말했다.





④ “개XX” “여왕벌” … 품격 사라져



  김학용 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이 ‘유승민 사퇴’를 요구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개XX”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은 “새누리당 친박의 벌떼공격은 여왕벌 지키기다. 하지만 여왕벌도 결국 죽는다”고 했다. 갈등 속에 있는 사람들이나 갈등 밖에서 구경하는 정치인들이나 ‘격(格)’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승욱·이지상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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