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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미스매치 … 눈 높아진 여성, 취업도 버거운 남성

중앙일보 2015.07.13 01:06 종합 4면 지면보기
마흔에 결혼, 마흔셋에 첫아이 최근 아들을 낳고 조리원에서 몸을 풀고 있는 강소영씨는 대한민국 만혼 현상의 단면이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생활에 몰두하느라 마흔에 결혼하고 3년 만에 첫아들을 낳았다. 강씨는 “출산 휴가 6개월 후에는 다시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자녀 계획은 끝”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국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모(40)씨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한 달에 한두 번 소개팅에서 여성을 만나기도 했지만 교제가 오래 가지 않았다. 박씨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만 신혼주택 마련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그는 직장이라도 있지만 청년 취업난으로 미혼 남성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결혼 비용을 마련하는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출산 생태계를 살리자 <상> 결혼 없이 출산 없다
30~45세 미혼 25명 ‘솔로 이유’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39)씨는 ‘엄친딸’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을 나와 금융회사에 취직해 연봉도 많다. 그런데 독신으로 살기로 했다. 김씨는 “결혼에 따른 부담과 책임감도 싫지만 끌리는 남자가 없다”고 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남성이 나타나면 결혼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껏 조건에 맞는 배우자감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와 김씨의 사례는 2015년 대한민국 만혼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혼 남성 입장에선 취업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호화 결혼식이나 신혼집은 신랑 부담이란 관행은 바뀌지 않아 결혼이 버겁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발표한 ‘2015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당 실제 총 결혼자금은 주택 비용을 포함하면 평균 2억3798만원에 달했다. 남자가 1억5231만원(64%), 여성은 8567만원(36%)을 분담했다. 게다가 부모 세대의 수명은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 아들이라고 부모가 결혼 비용 대부분을 부담해주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학력은 높아지고 사회 활동은 많아진 미혼 여성의 눈높이는 과거보다 높아졌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남녀가 짝을 찾을 때 여성은 일반적으로 학력을 비롯해 한 단계 스펙이 높은 배우자를 고르는데 최근 여성의 고학력화와 사회 진출로 인해 여성 입장에서는 마땅한 배우자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혼 여성 750명을 조사해 봤더니 고졸은 미혼 비율이 33.6%에 그쳤으나 대졸(전문대 포함)은 58%, 대학원 졸업자는 67.9%가 미혼이었다. 조사를 맡은 김혜영 숙명여대 산업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성이 많이 배우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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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의 간극이 좁혀지기는커녕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니 결혼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본지가 지난달 1~5일 30~45세 미혼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인터뷰는 전화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을 통해 지난달 1~5일 기자와 조사 대상자 일대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가 꼽은 결혼 기피와 만혼의 이유는 비슷했다. 경제적 부담을 결혼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결혼할 생각이 있어도 ▶주택 마련이 어렵고 ▶결혼 이후 육아·사교육 비용이 버겁다는 얘기다.



 여성은 결혼 상대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이 역시 원인은 경제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화려한 싱글’을 일찌감치 선언한 박모(43)씨는 대기업에 다닌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로 남성과의 교제도 끊어졌다. 그도 한때는 마음에 드는 배우자감이 나타나면 결혼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수차례 교제를 해봤지만 마땅한 상대가 없었다. 그는 “이제 와 결혼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능력을 갖춘 신랑감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현실은 박씨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이로 인해 결혼 비용을 마련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초혼 연령이 1990년 이후 10년마다 2세씩 올라가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맞벌이를 해도 아이를 양육하고 사교육비 대고 주택비용까지 해결하기 어려워지면서 결혼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박현영·정선언·김민상·김기환·정원엽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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