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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009년 이후 종부세 이중과세” 첫 판결 … 줄소송 예고

중앙일보 2015.07.13 00:55 종합 8면 지면보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산정할 때의 재산세 공제 기준을 규정, 2009년부터 시행된 종부세 시행규칙 일부 조항(제5조 2항)이 납세자에게 이중과세의 부담을 지워 잘못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재산세액 공제 적게 적용해 더 걷어”
35개 기업이 낸 276억 취소 소송
원고 승소 취지로 고법 돌려보내
신고 납부일부터 3년 내 소송 가능
국세청 “판결대로 하면 과다 공제”

 이는 최근 6년간 국세청이 이 규칙을 근거로 거둬들인 종부세 6조원에 중복 과세분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로 줄소송이 예고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KT·한국전력·신세계·국민은행 등 25개 기업·단체가 각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중복 과세된 200억원의 종부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2일 원심과 달리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현행법의 기본 취지는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종부세 세액 계산 시 재산세를 공제토록 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세청이 2009년 도입한 시행규칙에 따라 세액을 산정하는 게 적법하다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고법이 대법원 취지에 따라 판결을 확정하면 25개 기업은 세금 200억원을 돌려받게 된다.



 대법원은 대림산업이 16억원, 롯데제과 등 9개 기업이 60억원의 이중 부과 세금을 취소해달라며 낸 유사 사건 등에서도 같은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날 국세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종부세 이중과세 관련 소송은 하급심에서만 50여 건이 진행 중이다. 소송 가액이 9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국세청은 매년 20여만 명에게서 2009~2014년 사이 6조7600억원의 종부세를 걷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정 금액을 초과(주택 6억원, 종합합산토지 5억원, 별도합산토지 80억원)하는 주택·토지에는 재산세와 종부세가 모두 부과된다. 이에 중복 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종부세 과세 부분에 대해 이미 납부된 재산세를 공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공제액 계산 시 가중치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종부세(80%)와 재산세(60%, 주택 기준)에 공히 적용하게 했다. 이 방식에 대해 대법원이 “법이 정한 것보다 공제 규모가 줄어들어 납세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1년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조항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종부세 과세 구간에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는 만큼 과도하지 않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추가 소송이 예상된다. 신고 납부한 납세자는 신고일로부터 3년 안(올해부터 5년 안으로 개정)에 국세청에 수정을 요청할 수 있고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국세청의 고지서를 받고 납부한 납세자는 세금을 고지받은 뒤 90일 내에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다. 국세청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영역(20%)에 대한 재산세를 과다 공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파기 환송심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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