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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부품만으로 최강 레이저 개발 가능”

중앙일보 2015.07.13 00:30 종합 18면 지면보기
포항 레이저 밸리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출력의 레이저’ 말고도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외국에서 부품을 전혀 수입하지 않고 이런 레이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 이종민(71·사진) 한동대 글로벌레이저기술연구소장이다.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무기 관련 레이저 연구를 시작한 뒤 원자력연구소·광주과학기술원 등을 거치며 40년 넘게 레이저에만 매진한 과학자다. 그를 만나 물었다.


이종민 한동대 레이저연구소장

 -완전 국내 기술·부품만으로 세계 최고 출력의 레이저 개발이 과연 가능한가.



 “5년 전인 2010년에도 그렇게 해냈다. 순수 국내 과학자들과 국내 기업들이 한데 뭉쳐 해냈다. 레이저 기술 선진국에 가보지도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당시 세계 최고의 레이저를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부 필요한 기술을 외국에서 전수받고 부품을 수입하면 개발을 앞당길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산업 파급 효과가 뚝 떨어진다. 어떤 기술이든 우리가 갖고 있고, 어떤 부품이든 우리가 만들 수 있어야 다른 산업 분야에 더 풍부하게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초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 다른 나라가 가르쳐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초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꿈의 의료기기와 군사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초고출력 레이저만 있으면 되지 않나. 굳이 레이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가 크게 필요할 것 같지 않다.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있다. 레이저를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각종 기술은 광통신 분야 등에 응용된다. 이건 레이저를 직접 만들어 봐야 얻을 수 있는 기술이자 노하우다. 초고출력 레이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사거울 제작 기술을 갖게 되면 아주 정밀한 인공위성 감시 카메라도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가진 인공위성 카메라 기술은 지상의 1m 크기 물체를 식별하는 정도다. 만일 초고출력 레이저 제작 기술을 자체적으로 발전시키면 언젠간 위성에서 지상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경북 지역에는 이미 포항 방사광가속기와 경주 양성자가속기 등 연구기기가 들어서 있다. 초고출력 레이저가 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나.



 “그렇다.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방사광가속기로 아주 미세한 세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초고출력 레이저로는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양성자가속기는 극미세계를 조작하는 게 가능하다. 셋이 함께 있으면 무궁무진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



포항=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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