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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도 적수도 없었다, 빛고을 여왕이 된 연재

중앙일보 2015.07.13 00:03 종합 28면 지면보기


손연재가 12일 광주U대회에서 매혹적인 리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경기 후 태극기를 두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손연재. [광주=오종택 기자]
델라댑의 재즈·포크곡 ‘치가니’의 흥겨운 선율이 멈추고 손연재(21·연세대)가 곤봉 경기를 마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장을 찾은 7900여명의 팬들이 손연재에게 보내는 감사와 격려의 선물이었다. 손연재도 활짝 웃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경기를 마친 뒤 한참 동안이나 포디움(경기장 매트)에 머물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곤봉에 입을 맞췄다.

러시아 특훈 효과 개인종합 우승
리자트디노바 등 라이벌 제쳐
“목표는 금 아닌 전종목 18.5점”
내년 올림픽 메달권 청신호



 리듬체조 요정이 유니버시아드의 여왕이 됐다. 손연재는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 2일차에서 리본 18.050점, 곤봉 18.350점으로 36.400점을 추가했다. 지난 11일 볼(18.150점)과 후프(18.000점) 성적을 묶어 손연재는 총점 72.550점을 기록했다. 라이벌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71.750점)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70.800점)를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유니버시아드에서 처음 나온 개인종합 금메달이라 의미도 남달랐다. 손연재는 지난 2013년 카잔(러시아)대회에서 볼 종목 은메달을 땄다.



 손연재는 종목마다 다른 느낌을 선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발레곡 ‘르 코크세르’에 맞춘 리본 연기는 우아한 여성미가 돋보였다. 곤봉 연기에서는 발랄한 아가씨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리본 연기 막판에 줄이 발에 살짝 감겼고, 높이 던진 곤봉을 잡으려다 포디움 밖으로 벗어날 뻔했다. 손연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날씨가 눅눅해 리본이 꼬인 것 같다. 곤봉도 큰일 날 뻔 했는데 차분히 넘길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대회는 손연재가 한 단계 더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리듬체조 양대 강자 마르가리타 마문(20)과 야나 쿠드랍체바(18·이상 러시아)가 불참한 가운데, 3위권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러시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스스로를 다그친 게 효과를 봤다. 손연재는 지난달 제천 아시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오른 뒤 짧은 휴식을 갖고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로 복귀했다. 지난 8일 광주에 입성하기까지 옐레나 니표도바(40·러시아)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에 매달렸다. 손연재는 “올해 초 발목을 다친 뒤 통증 때문에 훈련양을 늘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아파도 참고 훈련했다.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손연재의 시선은 미래를 향한다.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에서 한걸음 더 내딛는 게 1차 목표다. 이번 대회에서 효과를 본 ‘컨트롤 트레이닝(연습할 때 실전 의상을 착용해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법)’을 꾸준히 활용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은퇴 무대로 잡고 있는 내년 리우 여름올림픽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살면서 이렇게 긴장할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떨렸는데 광주에서 같은 경험을 또 했다”며 웃었다. 이어 “부담감도 있지만 팬들의 응원은 역시나 힘이 된다. 성적을 낼 때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걸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은 선수인 것 같다. 전종목 목표 점수(18.500점)에 도달할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13일 종목별 결선에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광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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