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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퍼 태풍·마른 장마·가뭄의 근본대책 고민해야

중앙일보 2015.07.13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제9호 태풍 ‘찬홈’이 몰고 온 비바람 때문에 불안한 밤을 보냈다. 찬홈은 수온이 낮은 서해를 통과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상당한 강풍과 폭우를 동반했다. 또한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먼 바다의 제11호 태풍 ‘낭카’도 한반도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일 홍콩 부근에서 소멸된 제10호 태풍 ‘린파’까지 합치면 최근 북서태평양 해역에선 세 개의 태풍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처음은 아니지만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찬홈은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만큼 효자 태풍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마와 태풍의 순서가 뒤바뀐 것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마른 장마’가 기승을 부린 데 이어 올해는 장마전선이 중부지방까지 올라오지도 못한 채 태풍을 맞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2075년이면 장마전선이 오키나와~중국 상하이에서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장기 전망을 내놓았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장마가 실종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다.



 북서태평양 해역에서는 한 해 평균 27개의 태풍이 발생하며 그중 3~4개 정도가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 보통 7월 말까지 평균 7.6개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이미 11개가 발생했고, 게다가 오늘은 동태평양의 허리케인 하나가 서쪽으로 넘어와 태풍으로 이름을 올리는 흔치 않은 일도 벌어졌다. 이런 태풍의 빈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을 지목한다. 지구의 대기는 일정한 주기로 오락가락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데, 무역풍이 약화되면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상승(엘니뇨 현상)하면서 열대성 저기압, 즉 태풍이 빈발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퍼 태풍이 갈수록 잦아지는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태풍이 생성된 후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열에너지를 많이 축적해 더 강하게 발달하는 것이다. 2013년 11월 필리핀을 강타해 7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던 태풍 ‘하이옌’은 중심 최대풍속이 시속 230㎞를 넘었다. 올해도 이미 필리핀과 대만 사이의 해수면 온도가 30도를 웃돌고 있어 잦은 수퍼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는 마른 장마가 반복되면서 상습적인 가뭄을 맞고 있다. 또한 2002년 ‘루사’와 2003년의 ‘매미’처럼 여전히 태풍은 위협적인 자연재해다. 이제 우리도 장마 실종과 수퍼 태풍 빈발을 상수(常數)로 놓고 중장기 대책을 짜야 한다. 우선 기상예보의 정확도부터 높여야 한다. 또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기후의 정확한 장기 전망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장기적인 근본대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하지만 당장은 어떻게 수퍼 태풍의 홍수 피해부터 막을지가 발등의 불이다. 또한 7~9월에 집중될 강수량을 어떻게 확보해 장마가 실종돼도 1년을 버틸지 고민해야 한다. 최대한 환경 파괴를 막으면서 소형 댐, 나아가 다목적댐을 다시 짓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는 생존을 위해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재앙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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