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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암병원을 가다…분야별 명의 한자리에 모여 암 환자 맞춤치료 찾아준다

중앙일보 2015.07.13 00:03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지난 9일, 고대구로 암병원 대장암센터 다학제진료팀이 다발성 전이암 환자 김창수씨에게 향후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신동연 객원기자



2009년부터 다학제팀 운영
3기 이상 암환자 완치율
국내 평균보다 50% 높여

암 치료는 축구경기와 같다. 개인기와 조직력을 고루 갖춰야 상대팀을 압도할 수 있다. 외과·방사선과·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스트라이커다. 진단의학·정신건강의학과와 사회사업팀은 어시스트다. 이들 걸출한 선수(의사)가 모여 완치라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병원이 있다. 다학제 치료를 구현하는 고대구로 암병원이다. 다학제는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여 환자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찾아주는 것을 말한다. 중심은 팀워크다. 고대구로 암병원은 이러한 조직력으로 치료 성적, 진료비, 환자 편의라는 3박자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 9일 낮 12시, 8개 과 교수 12명이 점심까지 거른 채 한자리에 모였다. 대장암이 간까지 전이된 말기암 환자 김창수(74·가명)씨의 치료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벌써 세 번째 회의다. 혈액종양내과 의사가 항암치료가 효과를 보이니 수술하기에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곧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후에는 내성이 없는 다른 항암제로 치료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수술비를 걱정하는 환자를 위해 사회사업팀에 지원도 요청했다. 환자가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많으니 정신종양학과(암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연계하기로 했다. 함께 자리했던 김씨 부부의 얼굴이 환해졌다. 거듭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방을 떠났다.



환자 진료시간 최소 10분



다학제팀의 진료시간은 10분을 훌쩍 넘긴다. ‘3분 진료’로 굳어진 의료 현장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곳 암병원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적의 치료는 완치율을 높인다. 완치를 뜻하는 5년 생존율이 갑상선암은 95%, 위암은 70%를 넘는다. 폐암은 80%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 통계에서 우리나라 평균 폐암 완치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평균 완치율이 80~85%에 머무르는 유방암 역시 90% 이상으로 높다.



높은 치료 성과는 3기와 말기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조기진단과 치료기술 향상으로 1~2기 암은 다른 병원도 완치율이 높다. 병원 간에 차이가 별로 없다. 그러나 3기 이상, 특히 암이 여러 군데 퍼진 말기는 얘기가 다르다. 국내 평균 완치율은 50% 정도로 낮다.



고대구로 암병원은 다학제 진료를 시작한 2009년 이후 3기 이상 암환자의 완치율을 끌어올렸다. 예전 같으면 포기했을 환자도 머리를 맞대니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병욱(대장항문외과) 암센터장은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모여 치료방법을 찾으니 시너지가 생긴다”며 “아직 데이터가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3기 암환자의 완치율은 75%를 웃돈다”고 뿌듯해했다.



세계 최고 수준 의료진 포진



고대구로 암병원은 교수마다의 실력과 역량이 뛰어나다. 민 센터장은 최소침습수술로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2010년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상처 없는 수술법인 ‘노츠(NOTES)’의 기초연구에 참여했다. 지금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위나 혹은 질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암 조직이 있는 부위를 뚫고 들어가 제거하는 방법이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으니 암을 떼어낸 뒤에도 흉터가 없다.



갑상선암센터 이재복 교수는 갑상선암 완치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후두신경자극 탐색기법’ 같은 최신 수술법을 선도한다. 이 수술법으로 성대 마비를 100% 예방할 수 있다.



유방암센터 서재홍 교수는 국내 최초로 유방암에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연수하는 동안 얻은 노하우다. 또 새로운 유방암 표적치료제 개발의 국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표적 압타머-약물전달체’를 이용한 표적치료제의 연구가 완료되면 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은 환자를 도울 수 있다.



폐암센터 김현구 교수는 2012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싱글포트 흉강경 폐암수술’을 성공시켰다. 2.5~4㎝의 작은 구멍 하나만으로 수술하는 방법이다. 과거엔 폐암수술을 위해 가슴을 열어야 했다. 같은 센터 이승룡 교수는 2005년 국내 최초로 형광내시경을 도입했다. 형광내시경은 기존 내시경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찾아내 폐암 조기진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고대구로 암병원 초기 폐암 생존율은 80%에 달한다.



치료비 싸게, 회복 빠르게



명의들에게 둘러싸여 질 높은 진료를 받으면 으레 진료비가 비쌀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고대구로 암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싸다.



2012년 중앙일보가 분석한 병원 평가에서 3대 암 수술비(건강보험 진료비 기준)가 수도권 병원 중 가장 저렴했다. 예컨대 대장암은 514만원으로 빅5 병원 중 하나인 A병원보다 76만원 저렴했다. 간암 역시 554만원으로 또 다른 빅5 병원인 S병원보다 94만원이나 적다.



불필요한 검사와 값비싼 수술기구를 자제한 결과다. 또 다학제 진료로 의사결정이 빠른 만큼 환자가 병원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아졌다. 입원날짜가 줄수록 진료비를 아낄 수 있다. 실제 다학제 진료를 도입한 이후 진단부터 치료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 달에서 일주일로 줄었다. 검사부터 진단·수술·항암·방사선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환자 중심으로 동선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고대구로병원 암병원 민병욱 센터장



고대구로병원 암병원 민병욱 센터장
“한 달 걸리던 암 검사에서 치료 계획까지 1주일로 줄여”



민병욱(사진) 센터장은 고대구로 암병원이 치료 성적, 진료비, 환자 편의라는 3박자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로 다학제 의료진 간의 호흡을 꼽았다. 지난 1년간 암병원을 이끌며 치료 성적을 끌어올렸던 민 센터장에게 그 비결과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지난해 4월 개원 후 1년이 조금 넘었다.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암병원을 개원하면서 환자 편의에 가장 큰 목적을 뒀다. 치료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자 만족도를 높였다. 예전에는 암 진단을 받고 검사·치료를 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1주일 만에 검사는 물론 치료계획까지 다 잡힌다.



다학제 진료는 다른 병원에서도 한다. 고대구로 암병원만의 특징은.



“최근엔 다른 병원도 많이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처럼 환자와 대면해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는 병원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학제 진료를 오랫동안 해온 내공 덕분이다. 대부분의 암병원은 지난해 다학제 진료에 대한 의료수가가 신설되면서 시작했다. 우리는 훨씬 전인 2009년부터 시작했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4번이고 5번이고 회의를 한다(정부는 현재 다학제 진료를 3회까지만 보상해준다). 최근엔 환자가 늘면서 수요일 점심 시간만으로는 부족해졌다. 그래서 금요일 오전에 추가로 시간을 내고 있다.



모이는 교수가 한둘이 아니다.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우리도 처음엔 다들 자기 의견만 고집했다. 교수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협력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같은 암을 두고도 내과교수는 내시경으로 하고 싶고, 외과에선 수술로 제거하려는 식이다. 그러나 회의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다. 그 결과, 치료 성적이 좋아지는 걸 확연히 느낀다.”



암치료 이후의 재활도 중요하다.



“유방암처럼 재활치료가 특히 중요한 암이 있다. 암병원 안에 재활의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이뿐 아니라 불안한 암환자를 위해 ‘정신종양학과’가 별도로 암센터 내에 상주해 있다. 얼마 전 호스피스 완화 의료센터도 새로 개설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환자 수를 늘리기보다 치료 성적을 높이고 싶다. 특히 3기와 말기암 환자에게 집중하려 한다. 1~2기 암은 완치율이 95%에 이른다. 반면 말기암은 5년 생존율이 50% 내외다. 어떻게든 치료 성적을 끌어올려 말기암에서도 완치율 70%를 성취하고 싶다. 남들은 황당한 목표라고 하지만 우리는 가능하다고 본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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