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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새겨들어야 할 20대 청년의 ‘고언’

중앙일보 2015.07.13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형구
정치부 차장
 # 장면 1.



 가방을 멘 채 지하철역 계단을 숨가쁘게 뛰어오르는 20대 한 청년.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중년의 한 남성과 어깨를 부딪친 뒤 “죄송합니다” 한마디 외친 채 뒤도 보지 않고 가던 길을 달려간다. 표정이 좋지 않은 중년 남성의 독백. “버릇 없는 녀석 같으니….”



 # 장면 2



 머리가 희끗한 초로의 남성이 흔들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은 채 서 있다. 그 앞에는 좌석에 앉은 20대 여성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20대 여성 바로 옆자리의 중년 여성이 속으로 말한다. “참 배려 없는 아가씨네.”



 # 장면 3



 밤 늦은 시각 퇴근길의 한 남성이 길 구석에서 구역질을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을 보더니 혀를 찬다. “쯧쯧” 그의 시선이 꽂힌 곳에는 만취한 듯한 정장 차림의 젊은 청년이 있다.



 이어진 영상은 세 이야기 각각의 반전이다.



 지하철역 계단을 쉼 없이 뛰어오르던 20대 청년은 식당 ‘알바’에 늦지 않으려고 정신 없이 달려간 대학생이다. 버스에서 졸던 20대 여성 역시 편의점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늘 잠이 부족한 여대생이다. 길 구석에서 토하던 정장 차림의 20대는 취업 준비생이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바라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귀하는 안타깝지만 모집전형에서 불합격하셨습니다’라는 허망한 글귀가 적혀 있다.



 한 온라인 쇼핑업체가 최근 ‘20대 청춘을 이해하자’는 취지로 만든 영상물이다. 잔잔한 화제가 되면서 SNS 상에서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개 “울컥했다”는 반응들이다.



 곧바로 눈길을 끌었던 건 한 정치인이 페이스북에 띄운 짧은 감상평이다. 그는 “큰아들이 부딪혀 가야 할 세상이다. 이제 고1인 둘째가 대학에 갈 때쯤이면 얼마나 바뀐 세상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청년 실업 110만 명 시대’가 짧은 시간 내에 확 바뀔 것 같진 않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IMF 세대’의 경험칙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이 맥없이 쓰러지던 그 시절, 기업체에 낸 자기소개서가 수십 장이었고, 여기에 붙인 증명사진 값만 해도 무직자에겐 꽤 거금이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 십수 년이 흐른 지금도 청년 고용률은 바닥이다. ‘88만원 세대’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를 넘어 ‘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 세대’ 등 힘든 현실을 대변하는 신조어가 어디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지난 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런 청년 세대의 아픔을 들어보고자 한 카페에서 ‘청년 알바와의 대화’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20대 청년들이 토로한 얘기 중 정치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게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대학생 장모(26)씨의 얘기를 옮겨 본다.



 “맹자 말씀에 백성이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건 왕이 은혜를 베풀지 않아서지, 못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백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거지, 못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김형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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