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웃집 스파이’ 장려하는 중국 … '차오양 군중' 확산

중앙일보 2015.07.12 17:03
2013년 8월 11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미국 국적의 블로거 겸 엔젤투자자 쉐만쯔(薛蠻子·62)가 불법 매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당시 이름도 생소한 ‘차오양(朝陽) 군중’의 신고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홍콩의 스타 청룽(成龍)의 아들 팡쭈밍(房祖名), 대만 배우 커전둥(柯震東), 중국 작가 닝차이선(寧財神), 홍콩 영화배우 장야오양(張耀揚), 인기 가수 인샹제(尹相杰) 등이 잇달아 ‘차오양 군중’의 신고로 마약이나 매춘 혐의로 체포됐다.



‘차오양 군중’은 상주 인구 308만 명인 베이징 동부 차오양구의 주민조직이다. 차오양구는 서울 강남구와 비슷한 고소득층 거주지로 왕징(望京) 코리아 타운이 위치한 곳이다. 이곳 주민 중 3.9%에 달하는 12만 명이 경찰의 정보원 격인 ‘차오양 군중’이다. 매달 한 차례 경찰과 회의를 하고 지시를 받는다. 신고 후 5분 안에 경찰이 출동하는 핫라인도 갖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공공안전을 주제로 정치국 집단학습을 주재한 이래 관영 매체의 ‘차오양 군중’ 보도가 부쩍 늘었다. 홍콩 명보는 지난 11일 “베이징일보 등 관영 매체가 12만 차오양 군중을 찬양했다”며 “이웃집 스파이로 베이징 정보망을 조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군중을 군중으로 통제하는 ‘군방군치(群防群治)’ 전략으로, 과거 이민족을 다른 이민족으로 제어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 매체는 차오양 군중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법리에 저촉될 수 있으며 인권 및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지만 감내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네티즌은 찬성 여론이 다수다. 이들은 차오양 군중을 미국 CIA, 구 소련 KGB, 영국 MI6, 이스라엘 모사드에 이은 ‘세계 5대 정보조직’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의 국가안전부 등 정보 조직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저인망식 정보 수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오양 군중은 이미 확산 추세다. 베이징청년보는 12일 베이징의 모든 행정구마다 차오양 군중과 유사한 조직이 있다고 보도했다. 시청(西城)구에서는 7만5000명 중 70%가 아줌마여서 ‘시청다마(西城大·시청구의 아줌마)’로 불리는 군중조직이 올해 72건의 테러를 사전 신고로 막았다. 살인강도·매음매춘·불법택시·불법건축·화재위험이 모두 군중조직 신고 대상이다.



명보는 “당신이 베이징 차오양구에 들어서면 빅브라더의 눈이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중국어학과)는 “중국이 차오양 군중을 찬양하는 것은 부정부패 퇴치에 내부 고발을 장려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며 “중국 사회가 생각보다 불안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