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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 내 스타일을 찾는 것, 역시 그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중앙일보 2015.07.10 16:21

"어떤 것이든 내가 있으면 어떤 느낌으로든 내 것이 나올 것이다, 그런 느낌이란 것은."

-일러스트집 『안자이 미즈마루』(씨네21북스) 중에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그란 얼굴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1942~2014)를 아시나요. 일러스트집의 부제가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인데, 정말 딱이다 싶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왠지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만만한 느낌이지만 묘하게 마음을 흔듭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는 놀기 좋아하고, 술도 많이 마셨고, 여성들에게 인기도 좋았다고 하죠.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했지만, 해가 지면 어김없이 일을 멈추고 놀러 나갔다고 합니다.



"저는 반쯤 놀이 기분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더군요. 진지함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스타일이죠. 일본인에게는 진지한 것이 좋고, 진지하지 못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의 태도로, 진지하게 그림과 마주해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냉수마찰을 하고 불단에 기도를 한 뒤 작업에 들어가는 도예가가 있는가 하면, 저는 작업 선반을 걷어차며 일을 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그의 그림을 보면 이런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편안하게 슥슥, 인생 참 재밌지 라고 말을 거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유쾌해지죠. "매력적인 그림이란 그저 잘 그린 그림만이 아니라 역시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요"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내 스타일을 찾는 것, 역시 그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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