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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뭄에 - 0.4%P … 중국 악재까지 덮쳐 저성장 함정

중앙일보 2015.07.10 01:44 종합 2면 지면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했다. [뉴시스], [김경빈 기자]


올해는 4%대 성장세로 회복할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이 불과 1년3개월 만에 2%대 성장 쇼크로 돌변했다. 지난해 4월 2015년 경제성장률을 연 4.2%로 예측했던 한국은행은 매 3개월마다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 급기야 9일엔 올해 경제성장률이 2.8%에 머물 것이라고 물러섰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22조원 규모의 재정지출안을 내놓으며 3% 성장 사수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한은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1999년 이후 16년 만의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축소 균형’의 길이다.

엔저로 수출 계속 뒷걸음
최경환 “추경 제때 집행되면
3%대 성장 달성 가능할 것”
전문가 ?과감한 구조개혁을?



 한은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통관 기준 수출은 전달 대비 10.8%나 하락했고 6월에도 1.8% 줄어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된 6월에 소비 위축이 컸다”며 “메르스와 가뭄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은 애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0.4% 내외”라고 진단했다. 연율로 환산했을 때 ▶메르스가 약 0.3%포인트 ▶가뭄이 0.1%포인트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485조원이고 한은 예측대로 올해 2.8%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메르스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대략 6조1000억원가량 된다는 얘기다.



 그나마 한은의 전망은 시장과 민간 전문가 시각보다는 낙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올해 성장률은 2.6% 정도에 머물 것”이라며 “한은의 전망은 언제나 낙관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은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춘 것을 비롯해 LG경제연구원(2.6%), 한국금융연구원(2.8%)과 같은 기관들은 이미 2015년 성장률을 모두 2%대로 봤다. 우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가 본격적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 경기 경착륙 가능성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국내 주가지수 하락은 중국발 충격의 ‘서막’일 수 있다. 강명헌(전 금융통화위원)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재는 넘치는데 호재는 기대만큼 작동을 못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회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재정·통화 정책과 유가 하락이 경기선행지수만 높였을 뿐 현실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이 저물가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뼈아픈 부분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0.9%로 유지했다. 담배 가격 인상 효과 0.58%를 빼면 ‘제로(0) 물가’ 상황임을 한은이 재확인한 셈이다.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는 이유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내년에는 다시 3%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며 “물가도 연말에 1%대로 오를 것으로 본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은의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추경 예산이 제때 집행되면 올 경제성장률 3%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내우외환의 위기를 돌파하자면 단기 처방과 함께 과감한 구조 개혁을 아우르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활성화 정책과 경제를 정상 궤도로 복귀시키려는 성장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명헌 교수는 “추경을 제때 집행하는 등 경기회복에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힘을 모아야 한다”며 “국회가 공전되는 바람에 느슨해진 노동·연금 개혁의 고삐도 다시 바짝 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전달과 같은 1.5%로 동결했다.



하남현·김경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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