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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미·중 갈등의 바다 동해, 남북이 동북아 지중해 만들자”

중앙일보 2015.07.10 01:38 종합 5면 지면보기
“미국과 중국이란 두 고래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5지 선다형으로 묻겠습니다.”


동북아 평화 협력 어떻게

 평화 오디세이 나흘째인 지난달 25일 아 침 중국 송강하의 쉐라톤호텔. ‘광복 70년 동북아 평화협력을 구상한다’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미나는 전날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버스 안에서 던진 이 도발적 질문이 화두가 됐다. “①미국 추종 ②중국 편승 ③핵 무장 영세중립국 ④양다리 걸치고 버티기 ⑤공동체 협력질서 가운데 택일해 달라”는 문 교수의 말에 참가자 대부분이 ⑤번에 손을 들었다.





 ①, ②, ③번에 손 든 이는 전무했고 ④번을 택한 이도 한두 명에 그쳤다. 미·중 사이 양자택일 도박 대신 남북과 미·중·일·러가 참여한 국제공동체를 통해 우리의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나라를 대표하는 지성들의 선택이었다.



 지난달 25일 세미나에선 이를 현실화할 방안을 놓고 4시간 넘게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이어졌다. 커피 브레이크와 점심도 건너뛴 채 격론을 벌인 지성 31명은 세미나 뒤 오른 백두산행 버스에서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 총리가 나라를 부흥시킨 건 ‘독일의 유럽’이 아닌 ‘유럽의 독일’을 강조하며 프랑스에 많은 양보를 했고 500개 넘는 프랑스 도시와 결연을 맺어 ‘아래로부터의 데탕트’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중국·일본 지자체와 풀뿌리 교류를 확대하고 베세토(서울·베이징·도쿄) 매니페스토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두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한국은 미국의 지속적 관여를 확보한 가운데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기구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우리가 대국(미·중) 간 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먼저 북한과 긴장을 완화해 평화를 구축해야 동북아 안보기구도 가능해진다”며 “이 순서를 잘못 생각하면 과대망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도 “동아시아는 미국의 부챗살 동맹과 일본 제국주의 경험 때문에 다자기구가 어렵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신 전 대사는 “남북 관계와 주변국 관계는 연동돼 있다. 선후 따지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도 “한국도 나름의 역량이 있다. 미래를 위해 다자협력 질서로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사회를 맡은 문정인 교수가 “강대국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설 자리도 있다. 그걸 넓혀 가는 게 과제”라고 정리하면서 논쟁은 일단락됐다. 초점은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대할 방안으로 넘어갔다.



 여기선 “남북이 손잡고 갈등의 바다 동해를 ‘동북아 지중해’로 만들어야 한다”는 임혁백 고려대 교수의 제안이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나진항 부두 6개 중 최대 4개를 조차했다. 동해에 출구를 뚫어 자신들의 최대 약점인 해군력을 일거에 키우려는 것이다. 나진에서 발진한 중국 함대가 동해에서 미국 함대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제외되고 북한과도 단절돼 섬으로 고립된 형국이다.



속히 북한과 평화체제를 맺어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가 되게 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이을 수 있는 나라는 남북한 뿐이다. 나진을 자유무역지대화해 ‘한반도의 홍콩’으로 만들면 동해는 남북과 미·중·일·러가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동북아 지중해가 된다.”



 임 교수의 이런 제안에 많은 참석자가 공감했다.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현대와 포스코가 훈춘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세웠지만 t당 800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나진항이 막혀 1200달러에 러시아 부두를 이용하는 형편”이라며 “우리가 하루빨리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 나진항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도 공감하면서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얼어붙은 대일 관계 극복이 시급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중앙일보·JTBC 특별 취재단



단장: 이하경 논설주간

중앙일보: 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최형규 베이징총국장,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이훈범·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철 중국연구소 연구원

JTBC: 김창조 국장, 신득수 PD, 정용환 정치부 차장, 박영웅 카메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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