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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고은·이인호의 버스 대화 … “현대사 공감대 확인 큰 수확”

중앙일보 2015.07.10 01:34 종합 6면 지면보기
고은(左), 이인호(右)
평화 오디세이에선 매일 5~10시간씩 버스 여행이 이어졌다. 철학과 이념이 다른 지성들이 장시간 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눈 끝에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지는 모습이 많았다.


순례 중 보수·진보 넘어선 지성들
“통일 길에선 차이보다 교감 중요”

 특히 최연장자인 고은(82·단국대 석좌교수) 시인과 이인호(79·KBS 이사장) 전 러시아 대사가 여러 차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눠 눈길을 모았다. 이 전 대사는 두 차례의 ‘차중 발언’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우리 현대사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진보 성향의 민족시인과 보수 사학자가 나누는 대화는 더욱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은 오디세이 마지막 날 이 전 대사가 담소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풀렸다. “지안의 광개토대왕비와 룽징 일송정을 지나며 고구려 유적과 일제시대 무장투쟁사,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 등을 주제로 고은 선생과 대화를 나눴다. 현대사의 출발점에 대해 고 선생과 내 인식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이 전 대사는 “까마득히 다를 것 같았던 두 사람 간에 공감대를 확인한 건 큰 수확”이라며 환히 웃었다. 고은 시인도 “통일의 큰 길에서는 차이보다는 교감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얘기로 이 전 대사에게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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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 말고도 오디세이에서 인식의 접점을 확인한 이는 많았다. 진보 성향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등 원로들과 며칠을 지내보니 나라에 대한 고민이 깊고 공부하는 열정도 대단하더라. 이념의 잣대만 갖고 보수 진영을 백안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도 남측이 관계를 주도해야 하고, 대화와 경협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에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 이견이 없다는 걸 확인한 것도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온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중도 성향인)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차중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대화 말미에 백 이사장이 ‘당신과 얘기해 보니 알려진 것만큼 외곬 보수가 아니고, 유연성이 큰 분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세미나에서 “오늘은 아예 계급장 떼고 편하게 얘기를 해보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송 전 장관은 “국내에선 서로 체면 차리느라 말을 아꼈던 지성들과 깊숙한 대화를 해보려고 그런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며칠씩 함께 지내며 얘기해 보니 이른바 진보나 보수로 분류되는 분들 대부분이 통일외교 방법론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중앙일보·JTBC 특별 취재단



단장: 이하경 논설주간

중앙일보: 이정민 정치·국제 에디터, 최형규 베이징총국장,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이훈범·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철 중국연구소 연구원

JTBC: 김창조 국장, 신득수 PD, 정용환 정치부 차장, 박영웅 카메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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