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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간 지옥서 버틴 것처럼 고생 내년 총선서 살아서 다시 만나자”

중앙일보 2015.07.10 01:29 종합 10면 지면보기
새누리당 유승민(사진) 전 원내대표가 9일 오전 10시45분쯤 국회 본관 2층에 나타났다. 전날까지 쓰던 원내대표실에서 짐을 싸야 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사퇴 후 통음 때 건배사

 원내대표실 안을 힐끗 들여다보던 유 전 원내대표는 “뭐 챙겨 갈 것도 없네. 서랍에 뭐 담배 한 갑 들어 있고…”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는 원내대표실·원내행정국 등을 돌며 직원들에게 “그동안 고생했고, 고마웠다”고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복도를 지나가던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고생하셨다. 너무 훌륭하셔 가지고…”라며 악수를 청하자 유 전 원내대표는 “야당에서 나를 너무 칭찬해줘 가지고…”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오히려 새누리당에선 더 욕을 먹었다는 취지였다.







 그는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부대표단 및 가까운 의원들과 전날 밤 김포의 한 갈비 집에서 5시간 통음(痛飮)을 하면서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 이후) 13일 동안 거의 지옥에서 버틴 것처럼 고생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정말 미안하다. 이제 무거운 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참석자가 사퇴회견문에 담았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대목을 언급하자 유 전 원내대표는 “헌법을 종종 읽는데 헌법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원들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대구가 지역구인 김희국 의원(중남구)이 “잘못하면 우리 둘 다 목 날아갈지 모르니까 지역에 자주 가자”고 농담을 건네자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받았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다 살아서 다시 만나자”며 건배를 제안했다고 한다.



 유 전 원내대표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보름 새 지지율이 11.4%가 올라 여권 차기 주자 가운데 지지율 2위(16.8%)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화제가 됐으나 유 전 원내대표는 웃기만 하곤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의원들이 “괜히 잠행(潛行) 같은 건 하지 말고 의정활동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좋다”고 하자 유 전 원내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9일 국회 본회의에는 불참했다. 아직 본회의장의 자리 배치가 그대로인 상황이라 맨 뒷줄인 원내대표 자리에 앉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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