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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IMF “그리스 채무 조정 필요” 메르켈 압박

중앙일보 2015.07.10 00:48 종합 18면 지면보기
발칸3국 방문해 긴축 강조한 메르켈 8일(현지시간) 알바니아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를 만났다. 메르켈 총리는 EU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발칸3국(세르비아·알바니아·보스니아)을 차례로 방문해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티라나 신화=뉴시스]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

미국 재무장관, 그렉시트 우려 표명
라가르드 “해법 마련에 최대한 관여”
EU 정상회의 의장도 IMF 주장 동조
메르켈 “전형적 방식 탕감은 불가”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8일(현지시간) 내놓은 입장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바이기도 하다. IMF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흔히 트로이카로 불리는 그리스 국제채권단의 일원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 참석해 “그리스가 이행해야 할 각종 개혁 방안과 더불어 필요한 또 하나의 조치는 채무 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는 정말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어 진지하고도 신속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IMF는 그리스 사태의 해법 마련을 돕는 데 최대한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IMF는 그리스의 지난 5일 국민투표에 앞서 “부채 탕감과 만기 연장 등의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했었다. 그 이후 치프라스 총리가 부채 감축을 주장할 때마다 IMF의 이름과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EU 출신 이사들의 반대에도 IMF가 보고서의 공개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그리스의 부채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동조했다. 또 “그리스와 채권단은 유로지역이 손상되지 않도록 합의해야 한다”며 “장기적 해결책에는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도, EU도 비판했다. “양측 협상안이 수십억 달러 정도만 차이 날 정도로 근접했었다. (우리가) 예산이나 재정 정책을 협상할 때 수십억 달러 차이 난다고 (협상을 깨고) 수천억 달러의 위험을 자초하지 않는다. 이건 EU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로서도 불필요한 위험이다. 지정학적으론 큰 실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독일 등 EU 국가들에게 그리스 채무 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접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자 채무 조정에 냉소적인 유럽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유럽은 그리스의 채무를 재조정해 그리스 경제가 지속 가능하도록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형적인 방식의 부채탕감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오늘이라고 어제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국내용 발언”이라며 “메르켈 총리가 채무 조정, 예를 들어 이자율을 낮춘다거나 부채 상환 일정을 늦추는 것까지 배제한 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 유로존 정상회의를 마친 후엔 “부채 탕감은 없다”고 못 박았었다.



 이런 입장 차를 감안하면 그리스와 채권단 사이 채무 조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부채 탕감보단 만기 연장이나 이자율 조정 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치프라스 총리도 “우리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재정 개혁 제의와 채무 재조정안이 유럽 납세자에게는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독일 쪽 분위기가 강경해지는 게 변수다. 독일 대연정을 이끄는 기민당(CDU)과 기사당(CSU) 연합 의원 311명 중 100명 이상이 그리스와의 협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메르켈 총리로선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의 상설 구제금융 기관인 유럽안정화기구(ESM)에 공식적으로 자금 지원 요청을 했다. 연금 및 세제 개혁을 단행하고 재정적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 자금 규모를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500억~700억 유로(63조~88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EU 의회 승인 등을 거쳐야 해 상당한 시한이 소요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빨라야 8월 중순”이라고 분석한다. 12일 EU 정상회의에서 새 구제금융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채권단이 임시 대출 성격의 브리지론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CB는 이날 그리스 은행권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다시 동결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은행 영업 중지를 13일까지로 연장했다. 현금자동출금기(ATM) 인출한도는 계속 60유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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