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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의 평화공존 시대를 열자

중앙일보 2015.07.10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
최근 한반도 평화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상태를 5단계로 나눠 추이를 분석해 온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는 긴장 고조 상태인 4단계였다. 협력과 대립의 공존 상태인 3단계였던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긴장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올 들어 남북 간 사회·경제 교류 협력이 단절되고 군사적 긴장 상태가 고조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 남북 간에는 군사 긴장 완화, 한반도 비핵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가 포괄적·대승적·호혜적으로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 관계는 일방적이고 선언적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다. 모처럼 성사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1회로 끝난 것도 우리가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화 용의를 표명한 점에서 이례적이다. 억류해 온 우리 국민 2명을 송환한 것도 주목된다. 이 같은 북한의 제의에 가능한 한 전향적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남북 대화 가도에도 깔려 있는 지뢰밭을 밟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제 붕괴, 흡수통일과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한 논의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북한 인권 문제는 개선돼야 할 중요한 사항이지만 북한 입장에선 체제의 근본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다. 우리 정부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면 남북 간 갈등과 긴장만 고조시키게 된다. 국제사회가 앞장서고 정부는 뒤에서 협조하는 우회 전략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북한에 정책적 혼선을 주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만났던 한 북한 인사는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은 우리에게 대화를 제의했는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우리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런 만큼 정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초당적인 대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포럼과 국회 남북관계특위는 중앙일보 주관으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초당적 대북 정책을 입안할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고 공동 제안한 바 있다.



 둘째, 우리 정부는 공식적 통일 방안으로 흡수통일의 포기를 선언하고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 채택한 자주·평화·민주의 3대 원칙을 재천명해야 한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통일대박론’을 흡수통일 기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일의 최종 단계에서 통일 정부의 형태는 남북의 합의와 주민의 선택으로 결정한다는 원칙을 공식화하면 북측의 흡수통일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우리 정부의 선도적 지원 노력이 절실하다. 우선 북한의 취약 계층(영유아·임산부·노약자 등)에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개시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해 가면서 쌀·비료 등 일반적 수준의 지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올해 북한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내년에 북한 전체 주민의 3개월분 식량에 해당하는 100만t의 쌀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식량 지원을 통해 꽉 막힌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연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하면서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문서로 받아내고, 5·24 제재 조치도 북의 적절한 조치를 전제로 포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넷째, 남북 당국이 군사회담을 개최해 군사 긴장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틀 속에서 남북 간 양자회담과 미국·중국도 따로 또는 함께 참여하는 3자·4자회담 등 다면적 접촉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늘려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북·미, 북·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구축과 연계해 한반도에 비핵 평화 체제를 실현해야 한다.



 남북의 사회·경제 교류 협력은 북한의 비핵화 이전 단계와 비핵화의 본격적 시행 단계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비핵화 이전 단계에선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민간 교류 협력을 늘리면서 남북 사회의 동질성 확대에 힘써야 한다. 비핵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면 정부는 북한판 마셜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북한의 농촌 개선, 지하자원 공동 개발과 사회간접자본 확대 등의 경협을 본격 추진하고 개성 등 지역별 경제특구를 활성화해 남북경제공동체를 실현해 가야 한다. 요컨대 ①남북한의 사회·경제 협력의 발전과 ②북한의 비핵화 진전 ③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3개 축이 연동하여 선순환 구조를 가질 때 우리는 경제공동체 구성 등 평화통일의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여 통일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



 남북한은 통일이 될 때까지 함께 가야 할 숙명적 동반자로서 마치 2인3각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잊어선 안 된다.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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