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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앞두고 갈림길 선 국민연금, 이르면 오늘 투자위원회

중앙일보 2015.07.10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분수령이 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이르면 10일 열린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11.61%)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합병 성사여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찬성 땐 대기업 편 섰다고 욕 먹고
반대 땐 투기자본에 휘말렸다 비판”
투자위 최근 1년 14건 중 11건 찬성
전문위는 권한 받은 3건 모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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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르면 10일 투자위원회(투자위)를 열어 합병안에 대한 의결권을 자체적으로 결정할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전문위)에 위임할 지 결정키로 했다.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전문위는 최근 1년간 주요 기업의 합병·영업양수 안건 3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행사했다. 반면 투자위는 14건 중 3건에 대해서만 반대 또는 기권 의사를 냈다. 이에따라 투자위가 의결권을 행사하면 찬성표를, 전문위가 행사하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단순히 수익률만 놓고보면 합병 찬성이 자연스럽다. 제일모직의 주요 주주(5.04%)이기도 한 국민연금 입장에선 합병이 무산되면 가장 크게 주식 평가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부유출을 막고 국가 경제를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을 따르자면 투자위에서 바로 찬성에 힘을 실으면 된다. 하지만 최근 기업지배구조연구원·ISS 등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반대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라 결정이 쉽지 않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가는 투기 자본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찬성 의견을 던지면 대기업 오너 일가 편을 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되레 투자위에서 반대 의견을, 전문위에서 찬성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최광 이사장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판단을 하겠다는 기본 원칙 외에 아직 결론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국내 증권업계와 외국계 자본이 서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합병계획에 대해 의견을 밝힌 22개 증권사(8일 기준) 리서치센터 중 95%인 21개사는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주회사로서의 성장성’, ‘차세대 사업인 바이오 부문 기대감’, ‘합병 무산시 양사 주가 하락 불가피’ 등을 찬성 이유로 들었다. 이에 삼성물산 지분 약 11%를 들고 있는 국내 기관들이 삼성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네덜란드연기금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외국계 자본은 엘리엇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약 26%로 삼성물산이 지금까지 확보한 우호지분(19.78%)보다 많다. 그러나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합병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외국인 투자자도 있다”고 전했다.



 재계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과 투기자본과의 대결 구도 등을 감안해 투자위가 자체 판단을 내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안은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국내기업 공격 ‘신호탄’인 만큼 국민연금이 확실하게 ‘방패’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7일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대 그룹 계열사는 총 93개사로 지분율은 지난해말 보다 0.25%포인트 높아진 평균 8.66%에 이른다. 각종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의 캐스팅 보트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신장섭 교수는 “다양한 외부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에 넘길 경우 SK와 SK C&C의 합병 때처럼 위원들 간 소모적인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대한 사안인 만큼 투자위가 스스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중국·일본에서 한국처럼 이렇게 외국 투기자본에 기업들이 시달리는 사례를 본적이 없다”며 “국민연금은 어떤 방향이 국민이익을 담보할 수 있을지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신을 통해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엘리엇에 총 5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KIC측은 “2010년 투자다변화를 위해 이뤄진 것이며, 엘리엇이 운용하는 어떤 펀드가 이번 합병에 관여했는지도 몰랐다”며 “단순 시세차익만 노리는 등 악의적인 행태를 보일 경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해용·김현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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