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덮개백·눈알가방·토끼 캐리어 톡 튀네 … 명품 ‘잇백’ 뺨치네

중앙일보 2015.07.10 00:01 Week& 6면 지면보기
‘잇백(It bag)’이란 단어, 한번쯤 들어보셨죠. ‘그 시즌에 유행하는 바로 그 가방’이라는 신조어입니다. 흔히 잇백이라고 하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떠올리곤 합니다. 거리에 나서면 명품 브랜드의 잇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품이든 ‘가품’이든 간에요. 그런데 최근 1~2년 새 명품 브랜드의 잇백들 사이로 못 보던 가방들이 눈에 띕니다. ‘도대체 어느 브랜드지?’ 궁금함에 찾아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가방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작품이다’ ‘블로그나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이 10만~20만원 대다’ ‘대기업·백화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등 입니다.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디자이너 가방들. week&은 이 가방들을 잇백이 아닌 ‘이백(This Bag)’으로 명명했습니다. ‘대체불가능한, 바로 이 가방’이란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백과 이백을 만든 디자이너들을 만났습니다.


인기 끄는 한국 젊은 디자이너 가방



콰니(KWANI)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작은 한옥 매장. 오전 11시, 문 여는 시간이 다가오자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66㎡의 작은 매장 안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찾아오는 이곳은 바로 콰니의 매장이다.



손경완(38) 대표

세 아이의 엄마인 손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현재 가방 브랜드 ‘콰니‘와
신발 브랜드 ‘헤븐리젤리슈즈’ 를 운영하고 있다.
콰니는 최근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매일 편하게 들 수 있는 가방, 일명 ‘데일리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다. 2012년, 손경완(38) 대표가 개인 블로그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이후, 2014년 단독매장 오픈, 불과 2년여 만에 백화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브랜드가 됐다. 콰니가 유명해진 건 손 대표가 직접 개발한 ‘호넷백’이라는 디자인 때문이다. ‘호넷백’은 가방의 사각덮개 중 손잡이 부분이 뚫려있는 디자인으로, 덮개를 열지 않고 가방 안에 손을 넣어 물건을 꺼낼 수 있어 일명 ‘덮개백’으로 불린다. 콰니의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블랙스터드’. 하단 부분에 스터드 장식을 가미한 블랙스터드는 현재 콰니백의 매출 중 80%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히트 상품이다. “몇 년 전부터 스터드(못) 장식이 유행했지만, 사실 스터드는 일반 여성들이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디자인 요소다.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해보고자 끝을 깎아낸 스터드 장식을 가방 디자인에 적용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가장 잘 팔리는 블랙스터드의 가격은 8만2000원. 콰니의 가방 중 가장 비싼 것이 13만원대다. “가죽으로 소재를 바꿔 가격대를 높일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손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중저가를 유지하면서 브랜드가치는 명품으로 인정받는 게 목표다. 매장을 한옥에 차린 것도 같은 이유다. 가방은 10만원이 안 되지만 서비스만큼은 최고급으로 제공하고 싶다.”





플레이노모어(playnomore)







‘플레이노모어’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브랜드 설명 부분에 ‘위트 패션 브랜드’라는 말이 나온다. 굳이 설명을 찾아 읽지 않아도 가방만 보면 저절로 위트(wit), 즉 재치와 재미를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알 수 있다.



김채연(35) 대표

브랜드를 만든 지 1년 만에 서울 명동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신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플레이노모어는 일명 ‘눈알가방’으로 불리는 ‘샤이걸’ 디자인으로 유명해졌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방에 크고 반짝이는 두 눈을 그려 넣은 ‘샤이걸’ 디자인은 현재 한 달 평균 1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가방이 단순히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웃게 해주는 친구’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눈’을 디자인했다”는 김채연 대표. 고객들은 “가방의 모양은 전통적이지만 디자인은 톡톡 튀는 것이 샤이걸의 매력”이라며 입을 모은다. “샤이걸을 메고 가면 ‘이 가방 어디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고객들이 공통적인 반응이다.



배우 변정수, 방송인 박지윤, 세계적인 모델 타이라 뱅크스 등 몇몇 연예인들은 ‘샤이걸’을 먼저 알아봤다. 개인소장용으로 구매해 사용하면서 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고. ‘패셔니스타들이 사랑하는 가방’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하게 됐다. 모델 아이린과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와 협업, 샤이걸을 접목한 화장품 용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현재 매출의 40%는 외국인 고객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격은 10만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초반. 김 대표는 “가방이 사치품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 샤이걸을 통해 가방이 과시소비가 아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가치소비의 매개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그램(ogram)







오그램은 여행용 캐리어를 전문으로 제작·판매하는 브랜드다. ‘오(O)’는 둥그런 형상으로 ‘공유하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 무게 단위를 뜻하는 ‘그램’을 합쳐 0g,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하라’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오은영(32) 대표

‘예쁘고 저렴한 캐리어는 왜 없을까’는 생각으로 캐리어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소녀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오그램의 시작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스무 살의 여대생은 백화점에서 캐리어를 사러 갔다가 비싼 가격에 놀랐다. 저렴한 캐리어를 구매해 자신의 취향대로 리폼해서 여행을 떠났는데, 민박집에서 만난 배낭여행객들이 “캐리어를 어디서 샀느냐”며, “나에게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하나둘씩 만들어 선물하고, 블로그를 통해 판매하던 캐리어가 2015년 현재,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오그램 오은영 대표의 얘기다. “당시만 해도 캐리어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았다. 검은색 아니면 회색이었는데, 여성스럽고 귀여운 것을 좋아해 동물 무늬의 캐리어를 만들었다. 기존의 브랜드에 비해 너무 튀다 보니 금방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처음엔 디자인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독특한 일러스트와 패턴, 화려한 색감이 오그램 캐리어만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헌데 2~3년 정도 지나자 A/S 신청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었다. 내구성과 편의성을 갖춘 캐리어를 만들기 위해 소재를 재정비했다. 세계적인 바퀴 전문 제조사인 일본 히노모토의 바퀴를 사용하고,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적용, 내구성을 살렸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금색토끼 디자인으로 16만8000원(20인치)이다. 다람쥐·젖소 등 동물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많다. 오 대표는 “따로 정해놓은 타깃 연령층은 없다. 60, 70대 할머니들도 사가신다. 소녀감성이 있는 여성이라면 모두 우리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BLC브랜드







요즘은 흔해진 사각형 모양의 남성용 백팩.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백팩의 모양은 윗부분이 둥그런, 곡선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내외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남성용 백팩의 프레임이 사각으로 변했다. 시작점을 찾아가보니 서울 이태원 부근의 편집숍에 입점한 작은 브랜드가 나왔다. 남자 디자이너 4명이 모여 만든 ‘브라운브레스(Brownbreth)’다.



김우진(34) 대표

이근백·이지용·서인재 대표와 함께 브라운브레스를 만들었다. 올해 의류와 가방을 분리, ‘BLC브랜드’라는 가방 전문 브랜드를 선보였다.
각자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티셔츠를 만들던 네 남자가 합심해 2006년 브라운브레스를 론칭, 사각 프레임의 가방 ‘데피니션팩’과 ‘어반팩’을 내놨다. 이 제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기능성. 수납공간이 넓은 것은 물론, 앞 부분의 주머니를 자유롭게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다. 또 어깨끈을 가려주는 덮개가 내부에 장착돼 있어 백팩에서 들고다니는 토트백으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 우산 등을 가방에 부착해 메고 다닐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띈다.



마케팅팀의 이도현 대리는 “10, 20대 학생들의 욕구를 반영해 실용적으로 만든 디자인”이라며 “데피니션팩이 인기를 끌면서 여기저기서 각진 백팩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브라운브레스는 말 그대로 홍대 일대를 장악(?)했다. 시작한 지 5년 만에 매출이 300% 늘었고, 현재 3개의 단독매장과 6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길거리 패션’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브라운브레스는 올해 변신을 꾀한다. 의류와 가방을 분리, ‘BLC브랜드’라는 가방 전문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한다. 김우진 대표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는 만큼 가방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며 “30대 이상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라인을 시작으로 카메라 가방, 캐리어 등 여러 가지 가방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