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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서 송어 잡고, 수박 팥빙수 만들고 … 더위야 가라~

중앙일보 2015.07.10 00:01 Week& 6면 지면보기
여물리마을 앞 여물천은 아아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뗏목을 타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수심이 얕아 아이들도 부담없다.



행복마을 ① 경기도 양평 여물리마을

week&이 오늘부터 3주에 걸쳐 행복마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행복마을 시리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전국의 우수 체험마을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지난해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소득·체험 부문 금상을 차지한 경기도 양평 여물리마을을 시작으로, 충북 옥천 안터마을(경관·환경 부문 금상), 충남 태안 대야도마을(복지·문화 부문 동상)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경기도 양평 여물리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지 3년 만에 전국 최우수 행복마을이 됐다. 침체됐던 시골 마을이 체험마을로 변신한 뒤 활력을 되찾았다. 여물리는 농산물 수확에서부터, 먹거리·놀거리 모두를 주민이 힘을 합쳐 일군다. 마을이 품은 자연 환경도 적극 활용한다. 하여 여물리 농촌체험은 단순한 농산물 수확 체험이 아니라, 농촌의 정서와 마주하는 일이다. 여물리 마을에서 제대로 피서를 즐기고 왔다.





행복이 여무는 마을



수박 따기 체험에 나선 아이들




처음에는 서울 옆의 부유한 시골 마을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여물리체험마을은 멀고도 외진 곳에 박혀 있었다. 양평군 청운면에 있으니까, 양평에서도 맨 북동쪽 끝에 있었다. 대개 양평 하면 서울과 붙은 살기 좋은 도시로 여기지만, 여물리는 외려 강원도와 더 가까웠다. 여물리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홍천이고, 횡성이었다. 서울 옆 동네가 아니라, 강원도 옆 산골이 더 맞는 듯했다.



하천이 흐르고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모습은 지극히 평온했다. 공익성(58) 이장은 “평화롭지만 벌어먹긴 쉽지 않은 마을”로 여물리를 요약했다. “상수원보호지역으로 묶여있어 산업시설 개발이 어려운 곳이에요. 소농으로 연명하는 농가가 대부분이죠.” 현재 여물리 주민은 162가구 332명이다.



여물리는 3년 전 체험마을로 탈바꿈했다. 체험시설을 꾸리고, 농가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펜션을 짓고, 농산물 장터를 마련했다. 너도나도 체험마을을 하니까 여물리도 따라한 게 아니었다. 여물리 주민에게는 마을을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다행히 체험마을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체험객이 1만 명 이상 들었고, 소득이 260%나 증가했다. 체험마을은 마을 주민의 새 일자리이자, 새 유통 판로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용했던 마을 분위기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이자, 반전이었다.



여물리는 주민 모두가 체험마을 운영자다. 할머니들이 요리를 만드는 동안, 할아버지들이 밭을 정리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식이다. 마을을 소개하고 체험 행사를 진행하는 역할은 마을 젊은이의 몫이다. 체험프로그램은 여느 마을과 다르지 않다. 여름(6∼8월)에는 맨손 송어 잡기, 수박 따기, 시골 밥상 맛보기 등이 전부다. 김미혜(53) 체험마을 위원장은 “어떤 프로그램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밥만 먹어 봐도 알 수 있어요, 우리는 소소한 나물 하나까지도 주민들의 손을 거친 것만 써요. 한푼 더 벌자고 값싼 재료를 공수해 쓰는 마을도 있지만 우리는 안 그래요. 그 마을의 것을 온전히 누려야 진짜 농촌체험이죠.”





신나는 더위 탈출



방금 딴 수박과 마을에서 난 팥ㆍ인절미 등으로 만들어 먹는 수박빙수




마을을 감싸고 있는 1급수 여물천은 여물리 제일의 보물이다. 이 맑은 물에서 아이들이 멱을 감고, 이 맑은 물을 받아먹고 농산물이 자란다. 여물리의 여름 특산물은 역시 수박이다. 맑은 하천을 품은 데다, 일교차까지 커 여름마다 맛좋은 ‘청운수박’이 여문다. 청운면 여물리 수박이어서 청운수박이다. 농촌체험에 나선 아이들 틈에 끼어 수박밭에 들었다.



“수박을 따려면 씨를 심고 100일을 기다려야 하지.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울퉁불퉁 못난 놈은 떼야 하고. 그래야 잘 생긴 놈이 혼자 영양분을 다 받거든. 어때 예쁘지?”



일흔을 넘긴 수박밭 할아버지의 정겨운 해설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 몸집만한 수박을 만져보고, 귀를 대보고, 들어올려 보는 꼬마 감별사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방금 딴 수박을 아무렇게나 깨 한 입씩 베어 물었다. 달고 차고 촉촉했다.



맨손 송어 잡기는 여름철 최고 인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밭에서 나와 마을로 돌아오자 얼음 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수박 팥빙수를 만들 시간이었다. 수박과 함께 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팥·인절미·콩가루 등이 재료로 나왔다. 아이들은 제 마음대로 재료를 넣어 팥빙수를 만들어 먹었다.



여물리에서는 여벌이 필수였다. 마을 계곡 양식장에서 자란 송어를 여물천에 풀어 놓고 맨손 송어 잡기를 했다. 옷을 적신 수박물이 채 마르기 전에 여물천에 뛰어들었다. 여물천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잔잔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물고기가 무서워 도망치다가 넘어지는 아이, 경쟁적으로 송어를 쫓는 아이, 아기를 재우듯이 송어를 품에 안는 아이 등 냇가의 표정은 다양했다. 잡은 송어는 즉각 주방 할머니께 전달됐다. 송어를 요리하는 사이 아이들은 뗏목을 타고 여물천 항해를 계속했다.



여물리의 점심시간. 여물리 할머니들이 요리 솜씨를 발휘했다. 송어 양념 구이를 메인으로 푸짐한 밥상이 차려졌다. 닭볶음·잡채볶음·감자조림·도토리묵·계란말이·오이냉채국·김치 등 반찬이 열 가지가 넘었다. 밥 먹는 내내 아이들 사이에서 무용담이 이어졌다. “내가 제일 많이 잡았어.”



“내가 잡은 게 제일 컸거든.”



“나는 송어랑 뽀뽀도 했어!”









●여행정보=여물리체험마을(ymrg.co.kr)은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다. 용두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하다. 8월까지는 여름 특산물 수박·옥수수를 테마로 체험활동이 펼쳐진다. 수박 따기(옥수수 수확), 수박빙수 만들기, 뗏목 타기, 맨손 송어 잡기, 손수건 만들기, 시골 뷔페 체험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옥수수는 1인 3개, 수박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2통까지 딸 수 있다. 수박체험 프로그램은 인기가 높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당일 프로그램 2만5000원, 1박2일 프로그램 6만2000원. 마을에서 농산물도 판매한다. 수박 1통 1만~1만2000원, 옥수수 1접(100개) 4만원. 031-772-3122.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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