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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잘린 머리가…일제 만행 고발하는 中기념관 가보니

중앙일보 2015.07.08 20:30
일제 만행을 보여주는 사진 등을 전시한 중국인민항일기념관을 관람하는 중국인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사진엔 곳곳이 시체 더미다. 그 너머 나무엔 목 잘린 사람의 머리도 걸려있다. 땅은 온통 핏물이다. 일제가 1941년 1월 허베이(河北)성 펑룬(豊潤)현에서 무고한 중국인 1230명을 살해한 증거 사진 중 일부다. 사진을 보던 12살 천메이(陳嵋)가 '윽'한다. "엄마 저게 정말 사람 머리야?" 엄마는 답을 못하고 딸의 눈을 가렸다. 8일 오후 베이징(北京) 서남쪽 루거우차오(盧溝橋) 옆에 있는 중국인민항일기념관 제4 부분(일제 폭행 사료관) 모습이다.



7일 오후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도 이 사진들을 둘러봤다. 이날 오전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곳에서 열린 루거우차오 사건 78주년 기념식 직후다. 1937년 중국과 일본 군대는 루거우차오에서 충돌해 본격적인 중·일 전쟁이 시작됐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 모두는 피와 생명으로 일궈낸 항일 전쟁의 위대한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며 앞으로 조국의 주권과 자유 독립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 전원이 전인대(全人大·국회격) 등 국가 연례 공식 행사를 제외하고 단일 행사에 참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쑤즈량(蘇智良) 국가 위안부 문제 연구센터 주임은 이와 관련 "올해 항전 승리 70주년을 맞아 치욕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국가 지도부의 결의"라고 해석했다.



1987년 개관한 전시관은 면적이 6700㎡에 달한다. 올해 항전 승리 70주년을 맞아 항일 테마관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8일 문을 열었다. 개관 첫날 6000여 명이 몰려 치욕의 중국 역사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폭행 등 8개 부분(전시관) 42개 섹션별로 항일 투쟁 관련 사료를 전시하고 있다.



1931년 일본의 중국 침략 후 1945년 일제 항복까지 14년의 항일 투쟁 관련 사료 4084점이 전시돼 있으며 이중 1500여 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종류별로는 국가 보관 전쟁 관련 문건 2834건, 사진 1170장, 민가 소장 전쟁 사료 12건, 동영상 12편, 일제의 잔학성을 알리는 현대적 상징물 56개 등이다.



1부분 '국부(局部)항전'에는 일제의 중국 침략 노선과 전략 관련 사료가, 2부분 '전민족 항전'에는 베이징 함락 과정을 담은 사료가 각각 전시돼 있다. 7부분에는 일본군이 사용했던 총과 칼 등 무기를 유리 바닥 밑에 전시해 실감을 더했다.



뤄춘캉 (羅存康) 항일기념관 부관장은 "지난 수년간 새로 발굴한 항일 관련 자료를 모아 테마 전시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으며 앞으로 일제의 만행을 증거로 증명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메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전시관인 8부분 '역사를 기억하자' 부분에는 전시관의 개관 의미를 설명하는 글이 벽에 걸려 있다. "역사는 교과서이자 각성제다. 고단했던 중국 인민의 역사를 뼈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꿈을 위해 분투하자."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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