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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오베 거기서 아이디어 ‘훔쳐요’

중앙선데이 2015.07.04 17:35 434호 17면 지면보기
오베는 59세다. 그는 사브를 몬다. 매일 아침 6시 15분 전에 눈을 뜨고, 컵 두 개에 한 잔씩 따르고 나면 주전자에 한 컵 분량이 남을 정도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리고는 주택 사이에 난 도로를 따라 전진하듯 시찰에 나선다. 표지판 금속 기둥이 흔들리나 확인하기 위해 발로 퍽 차 보고, 방문객 주차 구역에 최대 24시간을 넘긴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차량 번호를 적어 일일이 확인한다.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란 대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누구도 원칙이 있는 자신의 삶에 들어오지 않도록 웬만하면 마주치기 싫은 까칠함을 유지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한 사람이 떠나고 멍청한 이웃이 이사 온 뒤 삶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삶을 스스로 마치기 위해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놨지만 계획을 감행하려 할 때마다 귀신같이 알고 들이닥치는 이웃 파르바네 가족들 때문에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괴팍한 중노년의 삶을 코믹하게 그린 소설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ㆍ34)의 데뷔작이다. 2012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 30여 개 국에서 번역됐고, 한국에서도 지난달 출간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현재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내년 초 개봉 예정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요나스 요나손에 이어 스웨덴 문학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스웨덴부터 한국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이 왜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정말 모르겠다. 스웨덴에서 히트할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빅 히트한 게 확실하냐. 거기 어떤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매우 유명한 다른 작가랑 나를 헷갈렸다든가.”

하하. 그래도 한 가지 꼽아본다면.
“나는 단지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쓴 것뿐이다. 나는 내가 느낀 것들과 내가 찾은 재미있고 감정적인 것들에 대해서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오베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는 당신이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 사람들이 ‘오베는 정말이지 우리 아빠랑 똑같아요’ ‘마치 내 이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내겐 가장 큰 칭찬이다. 그것이야말로 내 소설 속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걸 뜻할 테니 말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어떻게 탄생했나. 블로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고 들었는데.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나.
“나는 작가가 되기 전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블로그를 운영했다. 블로그에서 오베 같은 성격의 대해 짧게 묘사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더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이후 소설로 발전시키게 됐지만 블로그에서 연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칼럼을 쓸 때마다 편집자에게 ‘이 기사는 좀 더 줄여야 돼’ ‘좀 더 짧게 쓸 순 없을까’라는 얘길 들었다. 그게 싫어서 책을 쓰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마침내 내가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게 됐다.”

어디서 소재를 얻었나. 혹시 주변에 오베의 실존 인물이 있는 건가.
“물론이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친다. 내 친구들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에게서도 그렇다. 이를테면 식료품 가게에서 만난 사람이나 공항에서 줄을 서 있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이 대화 나누는 걸 엿듣곤 하니까 말이다. 나는 모든 걸 혼자 생각해낼 수 있을 만큼 똑똑하거나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애플 스토어를 방문했을 때 생긴 에피소드에서 착안한 장면도 있다. 줄을 서 있는데 한 남자가 ‘아이패드가 대체 뭐야? 그래서 이게 컴퓨터라는 거야, 컴퓨터가 아니라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더라. 너무 화가 나 있는데 그 모습이 나는 정말 웃겼다. 그래서 뒤에 서서 ‘이 장면은 소설의 첫 챕터로 쓰면 멋지겠군’이라고 생각했다. 봐라. 내가 옳았다는 게 밝혀지지 않았나.”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라든가 사브 자동차를 절대적으로 추앙한다든가 하는 것 역시 당신의 취향이 반영된 건가. 예를 들면 소설 속에서 이웃 청년 아드리안이 도요타를 사는 모습을 보고 ‘그 빌어먹을 꼬마는 현대차를 보던 중이었으니까. 하마터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일종의 조크다. 사실 나는 한국의 현대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ix35를 몰았고 지금은 산타페를 탄다. 오베는 아마 내 차를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와 내 부인은 이 차를 매우 사랑한다. 자동으로 평행주차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니. 여태껏 본 기능 중 가장 훌륭하다! 그리고 나 역시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신다. 그렇지만 오베처럼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게 커피이기만 한다면 나는 아무리 나쁜 커피라도 마실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스웨덴이 문학으로 유명한 나라는 아니었다. 사회복지 등 시스템적으로 유명할 뿐. 부인이 원치 않는데도 보호능력이 없다며 이웃 르네를 데려가고자 하는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과도한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인가.
“음, 그것은 내가 대답하기엔 너무 거대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정치가가 아니다. 작가일 뿐이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그들에 대해 쓴 것이 아니라 오베의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본 것이다. 작가가 되서 좋은 점은 나의 캐릭터들의 모든 행동에 대해 항상 동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9세 오베와 31세 젊은이로 대변되는 세대 갈등은 어떠한가.
“내가 그 소설을 쓸 당시 서른한 살이긴 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베도 59세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건 너무 늙지도, 또 너무 젊지도 않은 나이니 말이다. 나는 50세보단 많고 100세보단 적은 나이대의 사람들에 대해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서른네 살인 나의 삶보다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그러하듯 그들의 행동은 많은 부분에 대해서 옳다. 반면 우리 또래는 곧잘 그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못된 길로 나아가기도 한다. 나는 오베 세대가 지금보다 더 많은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들의 충성심과 정직함과 지고지순한 사랑법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

매일 자살을 시도하는 설정도 높은 자살률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읽어내려 한 것일까.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 소설이 까칠한 오베가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이웃이 이사 오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루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것이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평생에 걸쳐 사랑한 여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남자의 이야기니까. 어떻게 보면 매우 평범한 감정이 아닐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종종 차라리 그들을 따라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곤 하지 않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요나스 요나손이나 당신으로 인해 스웨덴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에게 다른 작가들도 추천해 달라.
“요나스 요나손은 정말 훌륭한 작가다. 그는 스웨덴 작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장르에 대해 쓸 수 있는지 국제적으로 그 문을 열고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마치 헤닝 만켈이 20년 전에 스웨덴 범죄 추리 소설의 문을 열었던 것처럼 말이다. 요나손은 스칸디나비아식 코미디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고 국제적인 독자층을 만들어냈다. 그가 없었다면 나도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가장 큰 히어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글도 꼭 읽어봐라. 『말괄량이 삐삐』말고도 좋은 작품이 많이 있다. 사라 B. 엘프그렌의 『더 써클』도 강력 추천한다. 스토리텔링이 정말 환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제 2의 프레드릭 배크만을 꿈꾸며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혹시 한국 방문할 계획도 있나.
“계속해서 써라. 나는 당신이 성공적인 작가가 될 거라고 보장할 순 없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계속 쓰지 않는다면 나는 100% 장담할 수 있다. 당신은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나는 당신이 말해주기 전까진 한국에 팬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물론이다. 가게 된다면 나의 산타페를 가지고 가겠다. 그 역시 분명히 고향에 가 보길 원할 테니 말이다.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사진 헨릭 린드스텐(Henric Lindsten)ㆍ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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