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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더 가까워진 로봇, 간병·통역에 가수 데뷔까지 … 마윈 “로봇은 가족처럼 될 것”

중앙일보 2015.07.04 00:29 종합 11면 지면보기








로봇 가정부가 끓인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로봇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퇴근길에 로봇 경비원이 인사를 건넨다. 근력이 약한 어르신과 환자를 돌보는 간호 로봇도 있다. 로봇 세무사가 연말정산 계산을 척척 해주고 축구 경기에서는 로봇 심판이 활약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세계는 제조와 서비스업을 이끌 신(新)성장 동력인 로봇에 주목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제조업 첨단화’, 일본의 ‘로봇 신(新)전략’, 독일의 ‘제조업 4.0’ ‘중국 제조 2025’에서 로봇은 핵심 역할을 한다. 로봇이 각광받는 이유는 선진국의 저출산·고령화 때문이다. 로봇은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해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분야의 산업) 직종에 종사하거나 약자를 돌보고 구조작업에도 참여한다.



100개의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돼 있으며 춤·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페퍼. [중앙포토]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기업 구글은 지난 2년간 로봇기업 15곳을 인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 제프 베저스 아마존 회장은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했다. 1인 가정이 30%인 일본에서는 인간적 대화와 공감을 하기 위해 로봇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향후 로봇이 발달하면 로봇을 연인처럼 여기는 사회도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은 “로봇은 가족처럼 될 것이며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데다 인건비가 비싸지며 로봇에 눈을 돌렸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은 2014년 4만5000대에서 2017년 10만 대로 늘어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소는 중국 상장기업 중 70곳이 로봇 사업에 참여했고 로봇 기술 기업만 4000여 개라고 분석했다. 마윈 회장은 “인터넷과 재생에너지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도 미래 동력으로 로봇을 꼽았다. 자국 경제를 위해 로봇을 강조하기도 한다. 독일 언론은 “그간 독일은 자국 아디다스 신발을 해외에서 제조했지만 이제는 로봇을 통해 독일 내 제조(Made in Germany)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봇을 통한 제조로 2025년까지 비용이 18% 절감된다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분석했다.



 로봇의 서비스로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독일 홈볼트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미온(Myon)’은 5일 베를린 코믹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가수로 데뷔한다. 미온은 완벽한 무대를 위해 2년간 지휘자의 지도를 받으며 자주 틀리는 소절을 고쳐 나갔다. 지난달 20일 판매 시작 1분 만에 1000대가 모두 팔린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음성과 몸짓을 읽고 감성적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형 로봇이다. 소프트뱅크가 2012년 인수한 프랑스 로봇 기업 알데바란을 통해 만들었다. 가격은 19만8000엔(약 178만원)이고 월 10만원 이상을 유지비로 내지만 반응이 좋다. 내년 유럽·미국에도 판매된다.



 기자가 지난 5월 도쿄에 위치한 서점 쓰타야에서 페퍼에게 “안녕”이라고 하자 “오늘 와 줘서 고마워”라고 답했다.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의 로봇 결혼식에는 페퍼가 사회자로 나섰다. 닛케이는 지난달 29일 페퍼 사용기를 게재했다. 페퍼가 5세 여자아이에게 계산을 가르치며 “정답이야.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하자 아이는 기뻐했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알리바바, 대만 폭스콘과 함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홀딩스를 합작 설립했다.



① 오페라 가수로 데뷔하는 독일 미온 ② 미국 로봇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한국 KAIST 휴보 ③ 벨기에 힐링 로봇 조라 ④ 일본 간호 로봇 테라피오. [중앙포토]
 국내에선 200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범재 박사팀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마루와 아라가 페퍼와 유사하다. 마루와 아라는 두 발 보행이 가능해 제작비가 수억원대였던 반면 바퀴로 굴러가는 페퍼는 수백만원대로 저렴하다. 스스로 학습하고 감성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선 페퍼가 보다 발전된 형태다. 유 박사는 “한국형 감정인식 로봇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로봇이 추론·학습·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야 하고 로봇 모터·기어 가격을 현재의 10분의 1 이하로 낮추는 혁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메로S’와 치매 예방 로봇 ‘실벗(실버시대의 벗)’도 일종의 서비스 로봇이다. KIST 김문상 박사팀이 지난해 상용화했다. 김 박사는 “올해 9월 대량 생산에 나선다”며 “감정 소모가 많고 인내심이 필요한 서비스 분야에서도 로봇은 침착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도쿄 UFJ은행 지점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외국 고객도 응대하도록 3개 국어(일본어·영어·중국어)가 가능한 로봇 ‘나오’를 시범적으로 배치했다. 나오는 자폐아를 돕는 기능도 갖췄다. 도시바는 올해 초 여성의 모습을 한 로봇 ‘지히라 아이코’를 백화점 안내 데스크에 파견했다. 코미디·시 낭독·마술·판소리 로봇도 나왔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만든 가정용 로봇 ‘지보’는 비서이자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간호 로봇도 주목 대상이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겪은 한국에서 간병 로봇 논의는 시의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강성철 KIST 박사는 “메르스 사태도 간병 로봇이 적절히 배치됐다면 의료진 감염도 막고 메르스 확산을 통제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메르스 이후 간병 로봇 상용화가 국가 과제로 선정돼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 인력들이 육체적으로 업무가 고되다 보니 자격증을 따고도 쉬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늘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고 안다”며 “간호 인력 임금 수준의 간병 로봇을 도입하면 사업 모델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수술 로봇도 의사 없이 사용할 수 없듯 간병 로봇도 의료진 책임하에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 내로 저가형 미세 수술 로봇 보급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60년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 되는 일본에선 대소변 처리와 목욕을 도울 간호 보조 로봇이 뜨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20년 후 해당 시장은 4000억 엔(3조65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는 와세다대·오사카대 등 일본 대학 17곳의 로봇 현황을 소개했다. 회진 지원 로봇 테라피오, 간호 로봇 ‘로베어(로봇+곰)’가 대표적이다. 벨기에 로봇 ‘조라’는 말하고 움직이며 신문도 읽는다. 6000여 명의 노인들이 조라를 접하며 위안을 받았다. 일본은 500만원대의 심리치료 물범 로봇 ‘파로’가 인기를 얻으며 파로를 덴마크 등 30개국에 수출했다.



 구조 로봇도 유망하다. 한국은 지난달 미국 로봇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오준호 KAIST 교수팀의 ‘휴보(휴머노이드+로봇)’에서 가능성을 봤다. 운전과 밸브 돌리기 등 8개 과제를 최단 시간에 마쳤다. 오 교수는 “다목적 로봇 휴보는 향후 50만 달러(5억5000만원) 선에서 연구용으로 쓰일 수 있고 감정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로봇과 의료·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로봇 시장 성장세는 밝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마켓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14~2020년 연평균 5.2% 성장해 401억 달러(45조원)가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서비스 로봇 시장은 21.5% 성장해 2020년이면 194억 달러(22조원)가 된다. 국내의 로봇 시장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2%,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44% 성장했다.



[S BOX] 아톰·아이로봇 … 영화도 인기



로봇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은 ‘우주소년 아톰’(1951), ‘철인 28호’(1956), ‘마징가 Z’(1972), ‘기동전사 건담’(1979) 계보로 이어진다. 한국도 ‘로봇 태권 V’(1976)가 인기를 얻었다. 미국 영화 ‘스타워즈’(1977)에는 이동형 만능 로봇인 R2-D2가 등장한다. 깜찍한 모습과 코믹한 효과음으로 인기였다. ‘터미네이터1’(1984)에서 전투 기계 터미네이터가 인기를 얻고 후속작이 꾸준히 나왔다.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액체금속 로봇 T-1000이 적으로 등장한다. 지난 2일 시리즈 5탄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했다. 지능형 로봇 ‘트랜스포머’(2007~) 시리즈도 인기다.



 과거 영화 속 로봇이 주로 전투용 기계로 묘사됐지만 최근엔 감정을 나누는 연인이나 친구로 그려지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1999)은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 앤드루 역을 고(故) 로빈 윌리엄스가 맡아 열연했다. ‘아이로봇’(2004) 역시 아시모프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만화(2003)를 원작으로 드라마(2008)로 만든 ‘절대 그이(사진)’에는 로봇 남자 친구가 등장한다. 이름은 덴조 나이토(天城 ナイト). 나이토는 연인을 지키는 기사(knight)라는 의미를 담았다. 나이토는 “연인과 함께 나이를 먹을 수 없는 로봇이라 슬프다”고 말한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알고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로봇을 다뤘다. ‘빅 히어로’(2014·사진)에서 간호 로봇 베이맥스는 형을 잃은 주인공을 보듬으며 마음까지 치유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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