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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허용 35개국으로 늘어 … 17개국은 아이 입양도

중앙일보 2015.07.04 00:05 종합 17면 지면보기
레즈비언(Lesbian)·게이(Gay)·바이섹슈얼(Bisexual·양성애자)·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지칭하는 LGBT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아직 낯섭니다. 최근 언론에 LGBT가 많이 등장한 것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때문입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6일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이라고 선언했습니다. 5대 4라는 근소한 차이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환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승리”라고 밝혔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애 판결 즈음에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 축제’가 열렸습니다.


[세계 속으로] 달라지는 세계 성소수자(LGBT) 지도

 사실 ‘동성애 결혼’만이 LGBT의 이슈는 아닙니다. LGBT 문제는 근본적으로 소수자(Minority)의 문제이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측면이 있습니다. 연합(Union) 구성, 결혼, 입양같이 삶을 구성하는 문제와 고용·교육·차별·혐오 발언(hate speech) 등과도 얽혀 있죠. 하지만 동성 결혼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가족공동체 형성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아온 사안입니다. 기혼자에게 주어지는 주거·의료·세금·복지 등 여러 가지 혜택과 관련이 있죠. 뉴욕타임스는 2011년 동성 커플이 결혼을 인정받지 못해 보는 손해를 환산하면 평생 46만7562달러(약 5억원)나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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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도 어려웠던 LGBT 결혼 인정=미국에서도 동성애는 예민한 문제였습니다. 1960년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처음 동성애 문제를 다뤘을 때는 음란성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61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모든 주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했죠. 미국정신의학회(APA)는 65년 동성애를 성격 장애로 분류했습니다. 69년 뉴욕에서 경찰의 게이 바 단속에 반대해 스톤월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70년대가 되며 정체성 문제가 논쟁의 대상이 됐고, 80년대엔 ‘소도미(sodomy) 행위(동성 간 성관계·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에서 소돔이 동성애가 만연했었다는 데서 기원한 용어)’ 등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86년 미국 ‘보워 대 하드윅’ 판례는 소도미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조지아 주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이었는데, 대법원은 동성애에 반대한 조지아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죠. 이후 90년대 중반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동성애자를 향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기 시작했고, 2000년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매사추세츠(2003년) 등에서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는 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결혼제도를 유지하며 시민적 결합(Civil union)이라는 대안이 등장했죠.



 미국에서 법률상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전기가 마련된 것은 2003년 ‘로런스 사건’ 때문입니다. 미 연방대법원이 동성 간의 소도미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사생활 자유의 침해이자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당시 이 결정을 근거로 여러 주 대법원들이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기 시작했죠.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명시화시키는 헌법 개정을 제안했고, 보수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은 97년 혼인보호법을 제정하며 전통적 결혼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2013년 6월에도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 정부 대 윈저’ 사건에서 사건 당사자인 윈저와 스파이어는 2007년 캐나다에서 혼인한 레즈비언 부부로 뉴욕에서 거주하다 스파이어가 사망하며 윈저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혼인보호법은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았고, 재산 상속 시 부부 간 세제 혜택을 전혀 볼 수 없었죠. 재판에서 연방대법원은 혼인보호법 3조 ‘혼인이란 한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의 결합을 의미하며, 배우자란 이성인 남편이나 부인을 일컫는다’는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원래 피고가 될 오바마 대통령과 법무부 대신 공화당이 연방 정부를 대표해 피고 역할을 자처했었다는 점이죠.



 이번 연방대법원의 결정도 혼인보호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이 위헌이라 결정한 부분이 혼인보호법의 제2조 ‘연방의 주들은 다른 주에서 성립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혼인보호법 1조는 해당 법 명칭에 대한 설명이기에 연방대법원은 혼인보호법을 20년 만에 사실상 폐기한 셈입니다.



 ◆전 세계 동성애 인정 상황=미국의 변화와 별도로 전 세계적으로도 LGBT에 대한 평등이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동성애 금지나 처벌에 관한 규정 폐지가 확산되는 상황이죠. 전 세계적으로 LGBT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법이 있는 국가는 69개입니다.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89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동성 커플 등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동성 결혼을 합법화시켰죠. 이를 통해 동성 커플도 부부관계, 친자관계(입양), 상속, 복지, 세금 및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결혼이라는 기존 제도를 LGBT에게 허용한 건 2001년 네덜란드가 처음입니다. 이후 벨기에(2003년), 캐나다·스페인(2005년) 등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됐고 지난달 미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으로 선포했습니다. 올해도 지난 5월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고, 멕시코도 지난달 동성 결혼 금지를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21개국이고, 커플 등록 등 제도적으로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는 국가를 포함하면 35개국입니다. 17개 국가는 LGBT가 아이를 입양하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2013년 5월에는 네덜란드·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14개국이 EU 차원에서 LGBT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처음으로 LGBT 결의안을 만들었죠.



  동성 간 결혼을 포함해 LGBT의 권리가 확대되고 있지만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국가에 사는 이들이 28억 명이나 됩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반면에 약 11억 명만이 동성 결혼이 허용되거나 동성애자들의 법적 권리가 보장받는 지역에 삽니다.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옛 공산권 지역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용도가 낮은 편입니다. 나이지리아·우간다·감비아는 동성애를 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지난해 만들었고,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LGBT에 대한 박해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지요. 국제 성소수자 연합인 일가(ILGA)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간주해 최고 사형까지 처하는 국가가 전 세계에 7개(이란·사우디아라비아·예멘·수단·모리타니·소말리아·나이지리아 일부 지역)라고 밝혔습니다.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동성애 발각 시 이슬람 율법에 따라 투석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수단과 우간다는 상습적 동성애 발각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인도나 모로코, 케냐, 자메이카에서도 최대 14년형까지 처해질 수 있죠. 동성애자를 감옥에 보내는 국가도 75개국이나 됩니다. 유엔과 인권단체가 개선을 촉구하고 선진국들이 동성애 차별 국가에 대한 원조를 끊겠다고 압박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핍박은 여전히 지구 한쪽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S BOX] 고대 그리스, 동성애 인정 … 로마제국 멸망 후 ‘타락 행위’ 박해



고대 그리스에선 남성의 동성애가 인정됐다. 이성 간의 성관계보다 순수하다는 이유였다. 플라톤도 동성애를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도시국가 테베에서는 동성애자 150쌍으로 구성된 특수부대 ‘신성대’가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다. 로마제국 시기까지도 동성애는 성생활의 일부로 여겨졌다.



로마제국 멸망 후 기독교 문화에선 동성애를 ‘인간의 타락’으로 간주했다. ‘구약성서’를 이어받은 ‘쿠란’에서도 동성애에 대해 “사악한 행위”(쿠란 29:29)라고 규정한다. 13세기 후반 『신학대전』을 쓴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연을 거역하는 죄 가운데 가장 극악한 것이 수간이고 다음이 남색”이라고 기록했다. 13~18세기는 동성애자들의 암흑기였다. 이 시기 동성애자는 ‘악마’ ‘마녀’로 규정되고 화형에 처해졌다. 흑사병의 창궐도 동성애 탓으로 돌려졌다. 영국 의회는 1533년 동성애를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로 규정했고, 미국 동부 13개 주도 독립전쟁(1775년) 전까지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했다.



 19세기엔 동성애가 정신질환으로 간주됐다. 동성애자들은 뇌 전두엽 절제술, 전기 충격요법을 받았고 강제 거세, 자궁 적출을 당했다. 히틀러는 동성애자 5만 명을 생매장하고 점령국에서도 4만 명을 처형했다. 스탈린도 동성애자 수천 명을 구금했다. 20세기 중반에서야 동성애 보호 움직임이 나타났다. 1953년 ‘유럽인권법안’은 ‘국가가 개인의 동성애 선택을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막는 법이 확산됐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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