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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가 아가 울지 않지 … ’ 아빠의 따뜻한 토닥임

중앙일보 2015.07.04 00:03 종합 19면 지면보기


날아라 새들아

다시 펼치는 동시집<4> - 윤석중의 『날아라 새들아』

윤석중 글, 이혜주 그림

창비, 336쪽, 1만1000원




윤석중(1911∼2003)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는 1200편 가량의 동시를 썼고 그중 700편 이상이 노래가 됐다. ‘고추 먹고 맴맴’ ‘기찻길 옆’ ‘퐁당퐁당’ ‘나란히 나란히’ ‘낮에 나온 반달’ ‘졸업식 노래’까지. 우리는 그의 시를 노래 부르며 씩씩하게 자라났다. 이 노래들이 가장 많이 담긴 동시집 『날아라 새들아』의 개정판이 새로 나왔다



 윤석중은 밝고 투명한 아이들을 그렸다. ‘아기가 잠드는 걸/보고 가려고/아빠는 머리맡에/앉아 계시고/아빠가 가시는 걸/보고 자려고/아기는 말똥말똥/잠을 안 자고.’(‘먼 길’ 전문) 예쁘기 그지없고 온전히 평화로운 세계다. 아픈 일도 슬픈 일도 없다.



 하지만 시인에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던 듯싶다. 이 동시가 처음 발표된 1942년, 일제 식민 지배가 광폭했을 무렵에는 다음 구절이 이어져 나온다. ‘“아가 아가 울지 않지 아빠가 가도”/등을 톡톡 두드리며 물어보실 때/고개를 끄덕끄덕 아가의 눈에/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습니다.//사뿐사뿐 걸어가는 하얀 눈길에/끝없이 펼쳐지는 아빠 발자욱/아기가 발자욱을 따라갈까 봐/얼른 지워 버립니다 눈이 옵니다.’ 전혀 다른 시가 된다. 천진한 웃음 뒤에 삶의 비애가 숨어 있던 것. 넘어진 무릎에 피가 흐르지 않은 건 시인이 꽃잎을 붙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윤석중 시인이 돌아가시기 몇 해 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구순에 가까운 시인은 멋모르던 신출내기 기자에게 손바닥 반만 한, 꼬깃꼬깃해진 쪽지를 내밀며 물으셨다. 신작시인데 어떠냐고. 평생 시인이었던 삶 앞에서, 여느 작품과 별반 다르지 않던 네 줄짜리 동시가 숙연하게 느껴졌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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