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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경은 타이밍이다

중앙일보 2015.07.04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11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세수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세입 추경 5조6000억원과 메르스·가뭄 대책 등에 쓸 6조2000억원의 세출 추경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금융성 지원과 민자부문 선투자 등을 합한 재정 보강 규모는 21조7000억원이다. 추경 없이 46조원의 정책 패키지를 동원했던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추경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한 급격한 경기변동 완화가 목적이다. 그런 만큼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성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지나쳐서도 모자라도 곤란하다. 먼저 우리 경제가 얼마나 허약해졌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느 정도의 고단위 처방이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은 메르스·가뭄에 중국의 부진, 그리스발 국제 금융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상황이다. 이번 재정 보강 규모 22조원은 애초 당정회의에서 제시됐던 15조원보다 7조원가량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추경 11조8000억원 중 구멍 난 세수를 메우는 데 5조6000억원을 쓰고 나면 경기 부양에 쓸 수 있는 돈은 6조원 정도다. 2013년 정부는 17조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 피해가 국내총생산(GDP)의 0.3%라고 보면 이를 방어하는 데만 6조~9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세수 부족분 7조~8조원을 감안하면 대략 13조~17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우리는 줄곧 ‘충분하고 신속한’ 추경을 주문했다. 좀체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는 경기 흐름을 돌려놓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왕 규모를 확정했으면 남은 건 집행이다. 당장 경기 부양 효과만 보겠다며 인건비와 물건비 위주로 돈을 풀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력 확충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관광산업의 인프라 확장 투자 같은 게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국채 발행으로 늘어나는 나랏빚도 단단히 조여야 한다. 추경 이후 국가채무는 GDP 대비 37.5%로 1.8%포인트 늘어난다. 아직은 선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지만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 추경을 통해 경기를 확실하게 살려놔야 세수가 늘고 분모인 GDP가 커져 장기 재정건전성이 좋아진다.



 추경은 특성상 속도가 생명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정부·여당은 오는 20일까지는 통과돼야 추경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내년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섞였다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따질 건 정확히 따지되 대안 없는 발목 잡기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당·청 갈등과 집안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는 여당이나 ‘거부권 정국’을 빌미로 추경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야당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래서야 다음달에 돈이 제대로 풀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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