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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10대 남자와 40대 남자의 공통점

중앙일보 2015.07.04 00:02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를 읽은 영향인지 내가 젊었던 시절, 또래 여성들은 서른 살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서른 살 이후에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서른다섯 살에도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당시는 서른 살이 넘으면 노처녀로 분류되는 분위기여서 스물아홉 살 가을에 서둘러 결혼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 시기에 주변 남자들은 나이에 대한 자의식 따위는 없는 듯 보였다.



 좀 더 살아보니 남자들은 마흔 살이 되자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마흔 살을 넘기는 지인 남성들은 화난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마흔 살이라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돼.” “마흔 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따옴표 안의 문장은 내가 들었던 그대로이다. 그제야 나이에 대한 자의식에도 남녀 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신체 변화에 대한 감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이해되었다. 여자들은 자기 몸이 이십대에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남자들은 마흔 살을 넘기면서 신체적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남자 나이 마흔 살은 특히 중년의 위기와 함께 온다. 남자의 중년에 대해 연구한 짐 콘웨이는 남자의 중년기가 제2의 청소년기라 불리는 근거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신체적 변화다. 청소년은 급격히 체격이 자라면서 경험되는 성적 욕구를 처리하지 못해 어려워하고, 중년 남자는 배가 나오고 몸무게가 늘면서 성적 능력이 예전 같지 못한 점에 충격을 받는다. 둘째는 심리적인 문제다. 청소년은 폭발할 듯한 공격 에너지를 안고 환희와 우울 사이를 오가며 늘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머문다. 중년 남자도 자신감과 무력감 사이를 오간다. 그간 성취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다가도 부재하는 비전 때문에 암울해진다.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반감도 소화시켜야 한다. 세 번째 공통점은 사회적 관계 측면에 있다. 청소년의 교우 관계는 격동적이고 불안정하여 그들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중년 남자의 대인 관계도 어려움에 처한다. 그동안 경험한 인간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마음의 문이 닫혀 있거나, 더 이상 타인을 위해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느끼며 관계로부터 철수하고자 한다.



 청소년기든, 중년기든 위기가 찾아오는 이유는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삶의 다음 단계가 달라진다. 청소년기를 넘긴 남자가 단지 성인이 된다면, 중년기를 성공적으로 넘긴 남자는 ‘사회적 어른’이 된다고 한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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