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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병기 실장이 꽉 막힌 당·청 물꼬 트길

중앙일보 2015.07.04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 속에서 온갖 저질 발언과 품격을 잃은 감정 표출이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논란에 빠진 새누리당의 ‘막장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어제 국회 운영위 회의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는 원색적인 비난 발언이 터져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은 “(거부권을 행사한) 2015년 6월 25일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다. 유신의 잔당들이 권력의 중심에서 날뛰는 세상, 이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고 공격했다. “청와대의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라는 듣기 거북한 표현도 여러 번 나왔다. 청와대의 결산 내역을 심사하는 국회 회의석상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닫혀버린 고위급 당정 채널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메르스 추경’ 등 22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와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그리스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등 당정이 머리를 맞대도 풀기 어려운 사안이 산적해 있다. 정치권이 정치 싸움에 매몰된 마당에 이 나라가 온전하게 굴러갈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비정상’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사태의 진원인 유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수습하는 길은 당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작은 병(病)도 치료할 적기를 놓치면 내성이 생겨 중대한 질환으로 악화된다. ‘거부권 사태’도 타이밍을 놓치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악성종양으로 번질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평소 대화와 화합을 중시해 온 이병기 비서실장이 중재역에 적임이란 게 새누리당 안팎의 평가다. 이 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참모다.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인 만큼 새누리당의 입장과 당사자들의 생각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 이 실장은 야당 의원 질의에 “필요할 때 언제든지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어제 운영위가 끝난 후엔 유 원내대표와도 따로 만났다고 한다. 당·청 간 대화가 단절된 지금 이 실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청와대 비서실장다운 비서실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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