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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맥주 내가 책임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2015.07.04 00:01
[뉴스위크] 과학적으로 완벽한 거품을 만들어내 더 상쾌한 맛을 내는 장치 ‘피직스’ 선보여



나는 맛없는 맥주를 좋아한다. 맛있는 맥주도 좋아하지만 주로 맛없는 맥주를 마신다. 버드라이트, 테카테, 냉장고에 남아 있는 건 무엇이든. 다음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대학 시절 어느 날 아침, 전날 밤 파티 후 치우지 않은 ‘내티 라이트’ 통이 눈에 띄었다. 남아 있는 맥주를 빈 사워크림 용기에 따라 마셨다. 목을 축이고 싶은데 마실 만한 것은 미지근한 내티 라이트 맥주뿐이었고 깨끗한 잔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 입은 분명 고급이 아니다.



그러나 맛있는 맥주만 찾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때로는 애처롭게 느껴진다. 좋은 맥주는 싸지 않기 때문이다. 맛없는 맥주는 싸다. 고질적인 문제 아닌가? 피직스의 창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맛없는 싸구려 맥주를 아주 맛좋게 만드는 장치를 만든 업체다.



이 장치는 압력과 음파를 이용해 맛없는 맥주를 맛좋게, 맛좋은 맥주를 기막히게 만든다고 피직스의 필립 페트라카 CEO는 주장한다. 1단계, 딴 맥주 캔이나 병을 통 안에 넣는다. 한쪽이 녹아 내린 검정 소화전과 다소 비슷한 생김새다. 2단계, 은색 뚜껑에 부착된 투명 플라스틱 튜브를 맥주 안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3단계, 봉인된 가압 통이 6.5㎠당 4.5~5㎏의 압력을 맥주에 가하는 동안 1분 가까이 기다린다.



캔과 병은 맥주에 가하는 압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뚜껑을 따면 압력이 방출된다. 맥주의 이산화탄소가 다른 내용물과 분리되며 거품을 형성한다. 그러나 피직스는 압력용기에 맥주를 넣은 뒤 내장된 마이크로콘트롤러로 액체가 완만하고 꾸준한 흐름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래서 4단계 중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바로 맥주를 따르는 단계다. 피직스의 손잡이를 당기면 받쳐 놓은 글라스로 순수하고 거품 없는 맥주가 흘러 나온다.



마지막 5단계는 맥주 전체의 맛을 좌우하는 거품을 첨가하는 과정이다. 바텐더가 거품을 잔뜩 얹어 양을 속이는 눈속임과는 다르다. “따르는 과정에 풍미의 특성이 많이 빠져나간다. 그런 특성 중 다수를 사실상 거품이 붙잡아 놓는다.” 맥주 공급 업체 ‘마이크로 매틱 USA’ 톰 거트 기술국장의 설명이다.



거품이 모두 똑같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피직스는 진동음압조파기(oscillating sound pressure wave generator)를 이용해 맥주를 ‘젓는다(agitate)’. 임신부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장치다. 작고 조밀한 포말이 생긴다(맥주를 손으로 따르면 거품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다). 작고 균등한 간격을 가진 포말은 진하고 크림 많은 거품을 형성한다. 하지만 그러면 맥주 맛이 실제로 좋아질까?



“맥주 맛이 약간 달라진다”고 스티브 파크스가 말했다. 미국 버몬트주 미들베리에 있는 ‘드롭인 양조장’의 양조장인이자 미국 양조업자조합의 대표 강사다. “우리는 크림을 얹은 듯한 거품을 통해 맥주를 마신다. 거품에는 쓴맛이 약간 농축돼 있다. 거품 아래의 맥주는 약간 상쾌하고, 산도가 조금 낮고, 쓴맛이 아주 살짝 줄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맛을 좋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파크스는 덧붙인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보기는 더 좋다.” 지난 5월 피직스를 써봤더니 확실히 보기는 좋았다. 그런데 맛도 좋을까? 나는 차이를 확실히 모르겠다. 하지만 내 동료 몇몇은 맛이 더 좋다고 단언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고급 취향이 아니니까.



글=테일러 워포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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