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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샤브샤브·회·짚불구이·탕 ‘4색 4미’ 힘 불끈불끈 솟네

중앙일보 2015.07.03 00:01 Week& 2면 지면보기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두툼한 장어 살에 양념장을 발라 석쇠에 굽고 또 구워 완성되는 민물장어 구이.



이름도 맛도 가지가지 … 장어의 모든 것

week&이 전국 장어 지도를 그렸다. 지역마다 나는 장어의 종류가 다르고, 무엇보다 한 종류의 장어라도 불리는 이름이 달라서 이참에 전국의 장어를 종합 정리했다. 크게 네 가지만 알면 된다. 여름 보양식 갯장어, 서민의 애환이 담긴 곰장어, 가장 흔해서 가장 익숙한 붕장어, 장어구이의 대명사 민물장어, 이렇게 네 가지다.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 - 갯장어(하모·참장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갯장어 샤브샤브




남도 갯마을에서 여름 최고 보양식으로 친다. 갯장어는 겨우내 깊은 바다를 떠돌다 여름이 시작되면 산란을 위해 남해 연안으로 올라온다. 여름마다 남해안에서 갯장어 잔치가 벌어지는 까닭이다.



우리는 사실 갯장어를 잘 안 먹었다. 아니 못 먹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갯장어 대부분이 일본으로 팔려나갔다. 요즘에는 일본 수출량보다 국내 소비량이 훨씬 더 많다. 그래도 우리가 먹는 장어 중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편이다.



갯장어는 회로도 먹지만, 샤브샤브가 더 유명하다. 갯장어 샤브샤브는 일본 요리 ‘유비키(湯引)’를 따라한 요리라 할 수 있는데, 방법이 약간 다르다. 유비키는 끓는 물에 장어 고기를 데치듯 조리하는 반면에 우리는 장어로 낸 육수에 부추·버섯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 약 20년 전 여수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게 200g이 안 되는 작은놈은 뼈째 썰어 잘게 회를 치고, 그보다 큰놈은 주로 샤브샤브로 먹는다. 샤브샤브 육수는 장어 뼈와 머리를 넣고 끓인다. 장어 살은 뼈를 바르고 무수히 많은 칼집을 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데, 이 과정을 남도에서는 “송친다”고 표현한다.



여수 경도가 갯장어 샤브샤브 성지로 꼽힌다. 해안 주변으로 미림횟집(061-666-6677), 경도회관(061-666-0044), 해미안(061-655-0855) 등 갯장어 전문 식당이 몰려 있다. 갯장어 샤브샤브와 회는 각 1㎏ 7만원 선이다.



여수 여객선터미널 근처 수산물 특화시장에서 경도보다 싸게 갯장어를 먹을 수도 있다. 1층에서 갯장어를 사서 2층 식당에서 먹는다. 회 1㎏ 2만5000~3만원, 샤브샤브 1㎏ 4만~4만5000원. 다만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성수기에는 1㎏ 6만원까지 오른다. 식당에서 차림비를 1인 1만원씩 추가로 내야 한다. 전주수산(061-641-4338) 서연화(59) 사장이 “3마리 2㎏짜리가 제일 맛있다”고 귀띔했다.





설움과 애환의 맛 - 곰장어(먹장어)



무쇠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매콤한 곰장어 구이




먹장어는 모른다. 그러나 ‘꼼장어’는 안다. 우리가 ‘꼼장어’라고 부르는 장어의 옳은 표기가 먹장어다. 꼼장어가 워낙 입에 붙어 요즘에는 곰장어도 바른 표기가 됐다.



곰장어는 장어 중에서 제일 못생겼다. 아니 흉측하게 생겼다고 하는 게 맞다. 커다란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도 괴상하고, 거무튀튀한 몸통도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덮여 있어 도대체 이런 놈을 어떻게 먹을까 싶다. 실제로 장어를 끔찍이 여기는 일본에서도 곰장어는 잘 안 먹는다. 일본인은 곰장어 가죽을 벗겨서 신발 같은 걸 만드는 데 썼다. 곰장어는, 좋게 말해서 우리가 개발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곰장어 요리의 발상지는 부산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곰장어 가죽을 벗겨 일본으로 가져가면, 먹을 게 없었던 부산 사람들이 남은 살코기에 매운 양념을 발라서 구워 먹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지금도 자갈치시장은 곰장어 골목이 가장 활기차다. 골목 안에 곰장어를 굽는 식당과 노점상 100여 곳이 모여 있는데, 오래된 집은 한국전쟁 시절로 내력이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통에서 마땅한 가게도 없이 연탄불에 곰장어를 구워 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30∼40년 된 단골이 많아예. 자리가 불편해도 왁자지껄하고 좀 시끄러버야 꼼장어 먹는 맛이 더 있다카대.” 곰장어 골목에서만 45년째라는 19번 가게 고성 거제 할매집(051-245-0707)의 박복순(73)씨가 들려준 말이다. 2인 3만원 선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부산 기장에서는 먹는 방법이 또 다르다. 기장읍 시랑리 근처 바닷가에 ‘OOO 짚불 곰장어’라는 간판이 붙은 집이 늘어서 있다. 이른바 짚불구이 장어 집들이다. 살아 있는 곰장어를 짚불에서 구워 짚불구이 장어다. 가죽은 새까맣게 타고, 살은 하얗게 익는다. 껍질을 문질러 벗기고 김이 나는 속살을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기장곰장어(051-721-2934)가 유명하다. 1㎏ 6만원.





제일 흔한 맛 - 붕장어(아나고)



붕장어 살코기가 듬뿍 들어간 여수식 장어탕




붕장어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어다. 흔히 ‘아나고’라고 불리는 녀석이 바로 붕장어다. 번듯한 횟집에서 회 정식을 시키면 기본안주로 나오는 장어도, 포장마차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장어도, 시장 골목에서 해장용으로 떠먹는 장어탕의 장어도 이 녀석 붕장어다.



우리나라 전 바다에서 사시사철 난다. 갯바위 낚시로도 종종 올라온다. 그래서 가장 친숙하고, 가장 값도 싸다. 먹을 것도 많다. 뱀장어보다 몸통이 두껍고 살집이 실하다.



붕장어 회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껍질을 벗긴 흰 살을 잘게 썰어낸다. 수저로 퍼먹는 게 편할 정도로 살을 잘게 썬다. 차진 식감이 좋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보통 붕장어 회를 ‘회 입문 메뉴’라고 부른다. 누구든 거부감 없이 잘 먹어서다.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에서 1㎏ 3만원 선이면 먹을 수 있다.



전남 여수와 목포, 경남 통영 등 남쪽 포구마을에서는 붕장어로 탕을 끓여 먹는다. 장어탕은 본디 뱃사람의 음식이었다. 먼 바다에서 돌아와 장어탕으로 배를 채웠다. 지금도 유명한 장어탕 식당은 대부분 항구 주변에 있고 새벽부터 손님을 받는다. 해장용으로 탁월하다는 평이다.



장어탕은 고깃덩어리를 듬뿍 넣은 빨간 탕국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뼈와 머리로 육수를 낸 다음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여수 교동시장 골목의 7공주 장어탕(061-663-1580)이 유명하다. 장어탕 1만2000원. 목포 항동시장의 장어촌(061-244-3505)도 전형적인 시장통 장어집이다. 장어탕 1만원.



통영의 장어탕은 약간 다르다. 옛날부터 장어로 ‘시락국’을 끓여 먹었다. 시락은 시래기의 사투리다. 머리와 뼈로 육수를 내고 시래기를 풀어 국을 끓인다. 일반 시래기 된장국과 비슷하게 생겼다. 통영 서호시장의 원조 시락국(055-646-5973) 시락국밥 5000원.





장어의 본령 - 뱀장어(민물장어)



장어 요리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민물장어 구이




장어 하면 흔히 뱀장어를 가리킨다. 그러나 장어는 바다 생선이다. 갯장어·곰장어·붕장어 모두 바다 장어로 통칭한다. 유일하게 민물장어라고 불리는 놈이 뱀장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헷갈린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몸을 키운 다음 다시 바다로 나가 산란을 한다. 다른 장어는 평생 바다에서 산다.



하여 뱀장어로 이름난 고장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 많다. 전북 고창(인천강), 전남 강진(탐진강)과 나주(영산강), 경남 진주(남강), 경기도 파주(임진강), 인천 강화도(염하) 등이 유래가 깊은 장어 고장이다. 그러나 이 고장들도 요즘은 대부분 양식 장어를 쓴다.



고창 ‘풍천장어’라는 표현이 있다. 풍천(風川)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를 이르는 보통명사다. 그런데도 고창하면 풍천장어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장어의 역사가 유구해서다. 선운사 어귀 연기식당(063-561-3815)은 올해 45년 역사를 자랑한다. 2대째 대를 이어 고추장 양념구이를 낸다. 풍천장어구이 1인 3만원.



나주 구진포에는 장어집 7~8곳이 모인 장어 거리가 있다. 81년 영산강 하구둑이 생긴 뒤로 자연산 장어가 거의 올라오지 않아 대부분 양식 장어를 쓴다. 그래도 구진포 장어의 명성은 여전하다. 구진포제일장어(061-336-0579) 양념구이·소금구이 각 1㎏ 6만원. 진주도 장어의 고장이다. 뱀장어가 귀해서 요즘에는 붕장어도 취급한다. 진주성 입구의 유정장어(055-746-9235)가 유명하다. 민물장어 소금구이·양념구이 각 2만6000원.



탐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강진 구강포, 임진강과 서해가 만나는 파주 문산읍,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인천 강화도 선인면도 장어 하면 빠지지 않는다. 강진 목리장어센터(061-432-9292) 양념구이·소금구이 1인 각 2만원, 파주 반구정 나루터(031-952-3472) 간장구이·소금구이 1인 각 3만8000원, 강화도 선창집(032-932-7628) 간장구이·소금구이 1㎏ 각 7만원.





글=손민호·홍지연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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