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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유승민 = 선거 당선 후 배신 = 이재오?

중앙일보 2015.07.02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요즘 디지털 세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충돌 이슈가 점령했다. 메르스도 맥을 못 춘다.



 여당 지지자들이 둘로 갈려 댓글 난타전을 벌인다. 이 틈을 타 ‘이 사태를 해결할 위인은 무성대장(김무성 대표)뿐’이라는 글까지 슬쩍 끼어들어 선거철이 아닌지 착각하게 한다.



 유 원내대표를 겨냥한 박 대통령의 ‘6·25 공개 비판’(※6월 25일에 나온 발언이라는 뜻)은 살벌했다. 특히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라는 대목이 귀에 꽂혔다. ‘선거 당선 뒤 배신’ 같은 표현은 과거사로 속을 뒤집는 이재오 의원 등에게나 쓰던 어휘다. 2004년 한나라당 구례 연찬회가 그랬다.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이 의원 등이 유신 사과를 요구하자 “역사의 죄인의 딸이라 생각한다면 지난 총선 때 도와달라고 왜 요청했느냐, 치사스럽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한 표가 아쉬울 때는 손 벌려놓고 당선되고 나니 안면을 바꿨다는 분노다.



 유세 현장에 가보면 박 대통령의 인기는 다른 정치인을 압도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실감한다. 지원 요청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박 대통령이 면도칼 테러를 당한 것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다.



 그런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질책하면서 ‘선거와 배신’을 언급한 건 최고 수준의 경고다. 더욱이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다. 당장 내년 총선에 공천받기 어려울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유 원내대표가 즉각 사퇴해도 위태한 마당에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받아 넘겼다. 불경죄 추가다.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에게 선거와 배신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경제학 박사인 유 원내대표는 2004년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이듬해 그가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동을에 재선거 후보자 공천을 따낸 건 박 대통령 측근이라는 덕이 컸다. 그때 금싸라기 지역구를 잡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유 원내대표가 존재할지 장담 못 한다.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 정책을 낮춰 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근혜노믹스’를 만든 주역이 그다. 유능한 학자들을 끌어 모아 박 대통령과 정책 토론을 하고 이를 공약으로 다듬는 핵심 역할을 했다. 유 원내대표가 아니었다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일찌감치 틀을 갖출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런 그에게 박 대통령의 요즘 참모들 정책이 눈에 찰까. 당·청 갈등이 쉽게 가라앉기 힘든 이유다.



 문제는 두 사람에게 양팔을 잡힌 국민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서로에 양보를 요구하며 팔을 잡아당기면 국민만 죽어난다. 지금 우리나라 형편이 어떤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국민의 얼굴을 보면서 누가 먼저 스르르 팔을 놓아줄지 우린 그걸 잘 관찰해야 한다.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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