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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음식] 1990년 여름, 여자 마음 흔든 톰 크루즈의 칵테일

중앙일보 2015.07.01 00:02 강남통신 6면 지면보기
영화 ‘칵테일’ 중에서





영화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레드 아이’는 토마토 주스에 맥주와 달걀 노른자를 섞어 만든다. 고소하고 상큼한 맛이 난다. 미국에서는 숙취해소용 음료로 인기가 높다.




江南通新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연재합니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요리와 이 요리의 역사, 얽힌 이야기 등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는 영화 ‘칵테일’의 칵테일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의 변주로 탄생하는 칵테일은 거침없는 청춘과 잘 어울리는 술입니다. 25년 전 상영된 ‘칵테일’은 바텐더로 분한 브라이언(톰 크루즈)의 꿈과 야망이 매혹적인 술과 함께 펼쳐지는 영화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진정한 사랑을 택하는 주인공의 열정이 영화 속 칵테일에 녹아 있습니다. 영화 주제곡인 비치 보이스의 ‘코코모’를 들으며 찬란했던 그해 여름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은 술, 칵테일입니다.





영화 속 브라이언(톰 크루즈)이 자메이카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조던(엘리 자베스 슈)에게 칵테일을 만들어 주고 있다. 1990년 상영된 영화 ‘칵테일’에는 당시 유행했던 클래식 칵테일 수십 종이 등장한다.




#1 뉴욕에서 직장을 구하려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던 브라이언은 대학 졸업장 없인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좌절한 그는 우연히 발견한 덕(브라이언 브라운)의 바에 취직한다. 쇼맨십이 뛰어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브라이언 덕분에 바는 순식간에 뉴욕 명사들이 찾는 명소도 떠오른다. 바를 가득 채운 손님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어느 날 밤, 흥에 취한 브라이언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소리친다.



브라이언 : 난 세상의 마지막 바텐더 시인입니다. 내가 만든 칵테일로 미국이 취해가죠. 섹스 온 더 비치, 피치 크러시, 핑크 스콰렐, 가미카제… 뭘 원하나요? 맛있는 칵테일은 내가 다 알고 있죠. 내가 컵을 흔들면 미국은 가라앉을 거고, 당신은 내가 만든 술에 매혹될 겁니다. 취하고 싶나요? 이제 주문할 차롑니다!



#2 돈 많은 여자를 만나 결혼에 성공한 동료 덕이 자메이카로 떠나며 바텐더로 일하는 브라이언을 찾아온다. 덕은 브라이언에게 “가난한 여자만 만나는 멍청이”라며 약 올린다. 발끈한 브라이언은 바에 앉은 돈 많은 여자를 유혹하면 50달러를 주겠다는 덕의 내기를 받아들인다.



브라이언 : (혼자 앉아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매력적인 미소를 띠며) 뭐로 드릴까요?

여자 : 보드카 온더록스요.

브라이언 : 여긴 열대지방입니다. 주다모아로 하시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신선한 열대 과일의 즙을 짜서 만든 칵테일이에요. 한번 맛보세요. 이 맛과 사랑에 빠질 거예요.





청춘 영화 한 편이 칵테일 불모지 한국을 바꿔

최근엔 차분한 분위기의 바, 클래식 칵테일이 트렌드

가장 만들기 쉬운 건 ‘모히토’…럼 대신 소주로도 가능






뉴욕 시내 어떤 회사에서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좌절한 브라이언에게 바는 끼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다.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해 쩔쩔매던 브라이언은 특유의 매력과 미소로 여자 손님들을 사로잡고 뉴욕 최고의 바텐더로 승승장구한다. 동료 덕은 돈 있는 여자와 결혼하는 게 삶의 목표다. 덕의 장난 때문에 브라이언은 사랑하는 여자 조던(엘리자베스 슈)과 헤어질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진실한 사랑에 눈뜨고 자메이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때나 괴로울 때나 끊임없이 등장하는 술이 칵테일이다. 칵테일은 술에 향신료나 허브를 더해 복합적인 맛을 내는 혼합주다. 칵테일의 기원은 맥주에 꿀을 타서 마신 고대 이집트나 와인에 물을 타던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탉의 꼬리’를 뜻하는 칵테일의 어원은 다양하다. 프랑스 약장수가 팔던 ‘코크텔’ 음료라는 얘기도 있고, 멕시코 왕이 만든 혼합주에 공주 ‘콕틀’의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도 있다.



 칵테일 레시피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1920~33년 미국에 금주령이 있던 때다. 한국위스키협회의 유용석 이사는 “법의 감시를 피해 주스나 시럽을 넣어 음료로 위장한 눈가림용 칵테일이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당시에 등장한 고전적인 칵테일은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메뉴다. 위스키와 베르무트(청포도주로 만든 향신 술)를 섞은 맨해튼, 진이나 보드카에 베르무트를 섞어 만드는 마티니, 보드카에 토마토 주스를 더한 블러디 메리, 럼에 라임과 설탕·민트를 조합한 모히토가 대표적이다.



 칵테일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베이스로 사용하는 술, 술을 담는 글라스, 마시는 시간 등에 따라 분류한다. 베이스 술에 따라 구분할 때는 보드카·위스키·진·럼 등 어떤 술을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정한다. 술잔에 따른 구분은 역삼각형 마티니 잔, 잔의 입구가 넓적하고 높이가 낮은 올드 패션드 잔, 맥주 컵처럼 기다란 하이볼 잔 등이 있다. 마시는 시간에 따라 식전에 한두 잔 마시는 애피타이저 칵테일, 코스 요리 때 수프 대신 먹는 크랩 칵테일, 식후에 소화를 돕기 위해 마시는 애프터 디너 칵테일 등이 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피나 콜라다’. 멜론 리큐어를 섞어 부드러운 녹색을 띈다.
 블러디 메리, 쿠바 리브레 같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칵테일의 이름은 어떻게 붙이는 걸까. 더 플라자 호텔 ‘더 라운지’를 총괄하는 배병준 바텐더는 “술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만든 사람의 이름, 당시의 정치적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해지는 게 칵테일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블러디 메리는 아찔한 붉은빛이 ‘피의 여왕’이라 불린 영국 메리 1세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쿠바 리브레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가 독립하면서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로, 금주령 당시 쿠바로 떠난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았다. 피나콜라다는 스페인어로 파인애플을 뜻하는 ‘피나’에서 유래했다. 카리브 지역의 바텐더가 바카디 술에 파인애플 주스와 코코넛 주스를 섞어 완성했다.



 배병준 바텐더는 “90년대 초반까지도 서울은 칵테일 불모지였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 88년, 한국에서 90년 개봉한 영화 칵테일이 도화선이었죠. 사람들이 도대체 저 알록달록한 술은 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 제대로 된 칵테일을 파는 곳은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JJ 마호니스’와 지금은 문을 닫은 그랜드 힐튼 호텔의 ‘파라오’ 두 곳이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등장한 플레어 바(Flair Bar)는 국내 칵테일 인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플레어 바는 바텐더가 음악에 맞춰 병을 던지고, 과장된 몸짓으로 셰이커를 흔들며 흥겨운 분위기를 주도하는 곳이다. 이후 조금씩 사그라지던 칵테일 열풍이 다시 부활한 건 2000년대 후반이다. 2008년 일본의 클래식 바 ‘커피바케이’가 청담동에 상륙하면서 고급스럽고 차분한 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청담동 셜록, 루팡, 앨리스, 르 챔버를 비롯해 한남동 스피크이지 몰타르, 볼트 같은 곳이 30~50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배병준 바텐더는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최근 트렌드를 소개했다. “올드 패션드, 블러디 메리 같은 고전적인 칵테일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새로운 창작 칵테일을 즐기던 젊은 사람들도 미국 금주령 시대에 탄생한 유서 깊은 칵테일이 궁금하다며 주문합니다.”



 창작 칵테일이 인기인 곳도 많다. 르 챔버의 인기 칵테일은 박성민 바텐더가 만든 ‘프렌치 보태니스트’다. 진과 프랑스 리큐어 사르트뢰즈, 유자와 라임이 들어가 상큼한 맛이 난다. 역삼동 커피바케이의 손성호 바텐더는 테킬라에 레몬, 체리 시럽을 섞어 진하고 달콤한 ‘터치 미’를 추천했다.



 디자이너 김준구(36)씨의 취미는 집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것이다. 퇴근 후나 주말 저녁, 바에 가는 대신 직접 만든 칵테일을 즐긴다. 그가 꼭 갖춰 두는 기본 도구로는 계량컵, 재료를 섞어 흔드는 셰이커, 과일즙을 걸러내는 스트레이너, 즙을 짜는 스퀴저, 식재료를 으깨는 머들러 등이 있다. 베이스 술은 보드카·위스키·진·럼을 항상 갖추고 과일 주스와 시럽도 떨어지지 않게 준비한다. 라임이나 레몬, 허브류는 그때그때 사는 것이 좋다.



 김씨가 소개하는 가장 쉬운 칵테일은 모히토다. 잔에 라임 반 조각, 설탕 1티스푼, 민트 잎을 순서대로 넣고 머들러로 으깬다. 여기에 럼 450mL를 붓고 얼음과 소다수 약간을 넣으면 완성이다.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백종원 대표가 럼 대신 소주를 사용해 화제가 된 술이다. 원래는 카리브해에서 뱃사람들이 즐겨 마시던 해적의 술이다. 시원한 민트 향과 라임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한국인이 여름에 가장 많이 찾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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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이야기



상하이 출장 피로 날린

공짜 칵테일 한잔




상하이로 출장을 갈 때마다 들르는 바가 있습니다. 위스키부터 칵테일까지 술의 종류도 다양하고 갈 때마다 친절하게 맞아주는 바텐더들이 있어 출장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공간이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칵테일 메뉴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중국인 사장과 술 이야기를 나누다가 칵테일 메뉴를 늘리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죠. 그는 어떤 칵테일을 추가하면 좋겠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홀인원’을 먼저 추천했습니다. 위스키에 베르무트, 레몬·오렌지 주스가 들어가 묵직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일품이죠. 또 하나 추천한 건 ‘섹스 온 더 비치’였습니다. 자극적인 이름과 달리 보드카에 복숭아 리큐어, 크랜베리·오렌지 주스가 들어가는 청량한 여름 칵테일입니다. 그날 밤 저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짜 칵테일을 얻어 마셨답니다. 앞으로의 상하이 출장이 더 기다려집니다.

이동광(42, 일산3동)






 

서울에서 칵테일이 유명한 바



서울에서 칵테일로 유명한 바 3곳을 소개합니다. 유용석 한국위스키협회 이사, 성중용 월드클래스 아카데미 원장, 더 플라자 ‘더 라운지’의 배병준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 중복되는 3곳을 추렸습니다.





[르 챔버]

“책장 뒤 숨겨진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비밀스러운 공간

세 명의 헤드 바텐더가 만드는 창작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 특징: 세계적 바텐더 대회인 ‘디아지오 월드 클래스’ 출신 바텐더 세 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엄도환·임재진·박성민 세 명의 헤드 바텐더가 일한다. 입구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학교의 책장처럼 꾸몄다. 책 뒤에 숨겨진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 천장이 일반 건물의 2층 높이라 지하에 있지만 답답하지 않다. 편안한 안락의자가 있는 홀 테이블과 바 좌석이 있다. 평일·주말 대부분 만석이다. 칵테일 종류는 약 20가지다. 같은 칵테일을 주문해도 바텐더에 따라 스타일이 전혀 달라 비교하며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박성민 바텐더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술은 ‘올드 패션드’다. 버번위스키에 앙고스트라 비터(향신료)와 홈메이드 오렌지 비터를 넣어 달콤 쌉싸름한 풍미가 있다.

○ 가격: 2만원대

○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3시(일요일은 오전 2시까지), 명절 휴무

○ 전화번호: 02-6337-2014

○ 주소: 강남구 도산대로55길 42(청담동 83-4) 지하1층

○ 주차: 발레파킹





[앨리스]

“런던의 저택에서 사교 모임을 하는 듯한 분위기다

꽃과 허브로 맛과 향이 섬세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 특징: 지난 4월 오픈한 이후 업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인기 바로 떠올랐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JJ 마호니스’와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바 루즈’, 동대문 JW 메리어트 호텔 동대문 스퀘어 ‘그리핀 바’에서 일했던 김용주 오너 바텐더가 운영한다. 분위기는 20세기 초 런던의 저택처럼 고풍스러우면서도 편안하다. 홀과 바에 약 40여 석이 있고 15명이 앉을 수 있는 널찍한 룸도 갖춰 비즈니스 모임을 하기 좋다. 칵테일은 50여 종이 있다. 클래식 칵테일 중에는 보드카 베이스로 만드는 ‘모스크 뮬’을 추천한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생강 향이 나는 보드카와 생강 비터를 써서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난다. 2013년 서울에서 열린 ‘페어링 더 베스트’에서 우승한 ‘페리스 부티크’ 칵테일도 메뉴에 있다. 꽃향기가 나는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제공한다.

○ 가격: 1만5000~2만5000원대

○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3시, 명절 당일 휴무

○ 전화번호: 02-511-8420

○ 주소: 강남구 도산대로55길 47(청담동 83-20) 지하 1층

○ 주차: 발레파킹





[스피크이지 몰타르]

“1920년대 미국 바를 재현한 듯한 분위기다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이 많아 위스키 애주가에게 추천할 만하다”




○ 특징: 미국 금주령 때 법의 눈을 피해 몰래 술을 팔던 비밀 술집 콘셉트로 꾸몄다. 간판도 없고 문을 두드려야 손님을 확인한 뒤 열어준다. 20여 석 남짓한 작은 바라 만석일 때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원목 바 테이블과 술장, 나무 스피커로 꾸민 편안하고 소탈한 분위기다. 싱글 몰트위스키 리스트가 수십 여 종이 넘고,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다양하다. 대표 칵테일 ‘사이드 카’는 달콤한 브랜디 위스키 베이스라 여성들이 좋아한다.

○ 가격: 1만5000~2만5000원대

○ 영업시간: 오후 7시30분~오전 4시

○ 전화번호: 070-4288-7168

○ 주소: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73-4(한남동 29-4)

○ 주차: 불가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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