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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서 살아보니] 여우·너구리가 사는 자연 속 도시

중앙일보 2015.07.01 00:02 강남통신 14면 지면보기
수입 절반 세금 내지만 연금 혜택 커



자연과 잘 어우러진 브뤼셀의 풍경.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공존의 도시’라고 하겠다. 유럽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에 눈을 빼앗기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도시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브뤼셀엔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유럽의 중요한 국제기구가 모두 밀집해있다. 유럽 수상들이 모여 여는 대규모의 국제회의만 해도 매달 한두 차례씩 열린다. 중세와 현대, 유럽과 세계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특히 ‘자연 속의 도시’를 표방하는 유럽의 자연관·건축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건물을 짓고 그 주변을 꾸미기 위해 공원을 지었다기보다 공원 안에 도시를 지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주변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인구 100만의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50여 개의 공원과 호수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언제든 편하게 자연 속의 삶을 만끽할 수 있다. 굳이 공원을 찾지 않아도 도심과 거리 곳곳에 나무가 많아 도심 자체가 훌륭한 산책로다. 지금 사는 아파트 앞뒤에도 공원이 있다. 집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여우와 너구리를 만날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돼있다.



 이런 환경 때문일까. 벨기에 사람들은 삶에 있어 ‘행복’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친하게 지내는 한 벨기에 여성은 직업이 의사인데, 그의 자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정원사가 됐다. 기준은 단 하나다. “네가 행복하다면 해라.” 물론 직업에 차별이 없기도 하다. 이곳에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보다 정원사·미용사 등 육체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을 벌기도 한다.



 벨기에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운전에 서툰 운전자 때문에 길이 막히더라도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여유 있게 기다려준다. 건널목이 아니어도 보행자가 있으면 차는 무조건 멈춰 선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보행자가 안전하게 도로를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린다. 국제도시로 다양한 인종이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 도시와 자연의 조화 등 공존과 융합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벨기에의 국민성이 이런 습관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유럽국가답게 복지 수준도 높다. 그만큼 세금이 높다. 소득수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데, 최고 수입의 75%를 세금으로 내는 사람도 있다. 우리 집의 경우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낸다. 하지만 내가 내는 세금 덕분에 노후가 든든하고, 자녀 교육도 걱정이 없다. 이곳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은 정년 퇴임 후에 연금을 받으면서 노후를 즐기는 노년층이다. 시아버님의 경우도 철도청에서 근무하다 20여 년 전에 정년퇴임을 하셨는데, 연금으로 매달 2000유로 정도(한화 약 294만원)가 나온다. 이곳의 고교 교사의 평균 월급이 1500유로(한화 약 220만원)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금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노후에 연금을 받으면서 여행을 다니고, 한가한 오후에 티타임을 즐기는 모습이 브뤼셀의 일상이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채로운 예체능 강좌도 브뤼셀의 자랑이다. 음악은 피아노·플루트·오보에·첼로·기타 등 수십 강좌가 넘고 체육도 수영·테니스·필라테스 등 종류가 많다. 1년에 25~100유로(한화 약 3만1000~12만4000원) 정도 비용만 내면 최고 수준의 강사한테 배울 수 있다. 벨기에 부모들은 수학·영어 등 교과 수업보다도 예체능 활동을 더 강조한다. 문화·예술 활동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브뤼셀에서 120㎡(약 36평) 크기의 주택 월세는 위치와 집 상태에 따라 1000~2000유로(한화 약 124만~248만원) 정도다. 지하철과 버스는 회당 1.8유로(한화 약 2200원)면 이용할 수 있다. 기차 요금이 조금 비싼 편인데 학생은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티켓을 미리 사두면 싸게 살 수도 있다.



 농축산물은 싼 편이다. 100유로(한화 약 12만원)만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올 수 있다. 삼겹살 1㎏이 한국 돈으로 1만원이 조금 안 되고, 우유 1L는 1000원도 안 한다. 최근 뉴스에선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나 과일 가격은 더 내리고, 감자튀김이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가격은 더 올린다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날씨는 전형적인 유럽 날씨다. 여름에도 무덥지 않고 비가 많고 쌀쌀한 편이다.



정리=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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