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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저씨 敎육 공感] 쉽지 않은 공감 대화법

중앙일보 2015.06.29 00:06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홍준
사회1부장
“어, 정말?” 아내와 대화를 할 때 난 중간중간 이런 말로 아내의 이야기를 이어받는다. 가끔은 여기서 한발 더 뻗어 “헐! 대박이네”라고도 한다. 이 정도쯤 되면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술술 잘 흘러간다. 마치 윤활유 친 거 같다. 페이스북 친구가 게시물로 올린 한 여성 강사의 강연을 보고 이를 약간 응용해 아내와 얘기할 때 쓰곤 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



 내게 참고가 된 여성 강사의 강연에 소개된 사례다. “어제 홍대에서 경숙이 만났어.” 이런 말에 보통의 남성은 “그래서?(어쩌라구)”라고 대꾸한다. 또는 “경숙이를? 왜?”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대화는 대부분 거기서 오래가지 못하고 끝이 난다. 그런데 같은 말을 들은 여성들은 다른 식의 표현으로 대화를 이어간단다. “경숙이를? 대박!” 또는 “홍대에서? 진짜?”….



 중년의 남성이 중년의 여성과 대화를 할 때 이유를 캐묻지 말고 맞장구를 치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는 주변 사람의 조언이 참말인 걸 알 수 있었다. 남성은 이유를, 여성은 공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잘 이해하면 실생활에 써먹을 일이 많다.



 대화가 서로 잘 안 되는 이유 중엔 서로 간의 대화 코드가 안 맞는 점도 있다. 서로가 각자의 대화법을 고집하고 있는 이상 대화가 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아버지와 자녀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지와 대화나 소통을 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40%나 된다.



 엄마와 자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여성끼리는 그리도 ‘공감’을 좋아하면서 엄마가 자녀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좀 다르다. 엄마는 줄기차게 아이에게 이유를 묻는다. “왜 안 했니? 왜?” 그런 다음 자식의 미래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한다.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그러니” 등등.



 부모와 자식 간 대화가 틀어지는 과정에선 자식의 불손한 태도도 물론 작용할 수 있다. 부모 역시 사람이어서 자존심을 구기면 기분이 상해 심한 말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보단 부모가 조금만 인내했으면 끝날 일인데 참지 못해 아이의 감정을 상하게 했던 게 대부분이었다. 이유를 캐묻고, 말을 안 하면 다그치고, 그러다 어렵사리 말을 꺼내면 혼을 내거나 다시 비난하고….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가 있는 방을 노크도 안 하고 불쑥 들어가진 않는다. 아무리 아이라도 그의 공간을 침범할 땐 양해를 받는 건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감정을 지닌 아이와의 대화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내가 던진 말이 그의 감정 영역을 거침 없이 뚫고 들어가는 것이니.



강홍준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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