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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미리 보기

중앙일보 2015.06.24 13:16
[매거진M]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미리 보기



마음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이 탄생하기까지



열한 살 소녀의 머릿속이 궁금해?







픽사의 열다섯 번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원제 Inside Out, 7월 9일 개봉, 피트 닥터·로날도 델 카르멘 감독)의 배경은 열한 살 소녀 라일리(케이틀린 디아스·목소리 출연)의 머릿속. 그곳에서는 기쁨(에이미 포엘러·목소리 출연), 슬픔(필리스 스미스·목소리 출연), 버럭(루이스 블랙·목소리 출연), 까칠(민디 캘링·목소리 출연), 소심(빌 헤이더·목소리 출연) 등 다섯 감정이 조종간을 잡고 라일리의 마음을 이끈다. 지난 5월,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인사이드 아웃’이 첫 공개된 뒤 많은 언론은 이 작품을 ‘가장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 평했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눈에 보이는 세계로 그려낸 상상력과 표현력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탁월하다는 얘기다. 그 놀라운 세계를 미리 엿봤다. LA에서 열린 피트 닥터 감독과 조나스 리베라 프로듀서의 생생한 기자회견 내용도 함께 전한다.





열한 살 소녀 라일리가 살아온 삶은 지금껏 아주 행복했다. 유쾌한 성격의 엄마(다이안 레인·목소리 출연)와 아빠(카일 맥라클란·목소리 출연)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았고, 사이좋은 친구들이 있고, 좋아하는 아이스하키도 열심이었다. 라일리의 마음속 세상, 그 본부에 살고 있는 다섯 감정 기쁨·슬픔·버럭(분노)·까칠(혐오)·소심(두려움) 중에서도 기쁨의 활약이 그동안 제일 컸다는 뜻이다. 줄곧 살아오던 미네소타에서 아빠의 사업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면서, 라일리의 삶에 큰 변화가 닥친다. 새로 이사한 집은 엉망이고, 친구들을 새로 사귀어야 하며, 날씨가 더운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스하키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라일리의 마음속 본부에 자리한 기쁨은 이제껏 해온 대로 라일리의 마음을 즐겁게 이끌려 한다. 특히 슬픔이 조종간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면서 말이다. 그때 슬픔이 사고를 친다. 라일리의 성격을 이루는 ‘핵심 기억’ 구슬을 멋대로 만지려 한 것. 그러다 기쁨과 슬픔이 기억 이동 통로에 빨려들어가 본부에서 먼 곳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라일리의 마음을 운전하는 본부에 버럭·까칠·소심밖에 남지 않은 상황. 기쁨은 라일리를 위해 어서 빨리 본부로 돌아가려 한다.



 



<‘몬스터 주식회사’ 닥터 감독의 새 도전>



‘인사이드 아웃’은 ‘몬스터 주식회사’(2001) ‘업’(2009)에 이은 피트 닥터(47) 감독의 세 번째 애니메이션이다(이 작품의 감독은 피트 닥터, 로날도 델 카르멘 두 명이지만 주된 연출은 닥터가 맡았다. 카르멘은 이 영화가 첫 장편 연출작이다). 전작 두 편 모두 픽사의 명성을 드높인 작품이다. 닥터 감독은 자신의 딸이 열한 살이 되면서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라일리가 이사를 가면서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는 설정은 닥터 감독이 어렸을 적, 음악을 공부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덴마크로 이사했을 때 새 친구들과 섞이지 못하고 불안해 했던 기억을 반영한 것이다.



마냥 행복하던 유년 시절을 지내고 한 인격체로서 보다 복잡한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기쁨과 슬픔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인사이드 아웃’은 닥터 감독의 아주 친밀한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작지 않았다.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눈에 보이는 세계로 그려내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던 것. 닥터 감독 스스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한 이 영화는, 기획부터 완성까지 제작에 장장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제작진은 라일리의 마음을 이끄는 감정을 몇 개의 어떤 캐릭터로 정할 것인가, 마음속 세상의 작용 원리를 어떤 식으로 설계할 것인가 하는 점부터 벽에 부딪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폴 에크만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심리학 교수 다커 켈트너의 자문을 구했다. 한때 감정 캐릭터는 스물일곱 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다 인간의 핵심 감정을 분노, 두려움, 슬픔, 혐오, 기쁨, 놀라움 등 여섯 개로 규정한 에크만의 연구에 따라 대폭 축소됐다. 완성된 작품에 놀라움 캐릭터가 없는 건, 닥터 감독이 두려움과 놀라움의 속성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켈트너 교수에게는 슬픔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캐릭터는 각 별과 노란색, 눈물과 파란색, 벽돌과 빨간색, 브로콜리와 초록색, 신경과 보라색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극 중 라일리는 브로콜리를 끔찍이 싫어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캐릭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피부에 작은 입자들이 계속 몽글몽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에너지 입자들이 모여 감정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것이 닥터 감독의 설명이다.





<슬픔도 기쁨만큼 소중해>



결국 이 애니메이션이 라일리의 감정 변화와 성장을 그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기쁨과 슬픔이 화해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장기 기억 저장소·추상적 분열·상상의 나라·생각 기차·꿈 제작소·잠재 의식·기억 통로·버려진 기억들의 구렁 등 마음속 세상의 여러 구역을 거치는 모험을 함께하는 기쁨과 슬픔. 그러면서 기쁨은 슬픔이 라일리를 위해 아주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슬픔이 있기에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까칠의 목소리를 연기한 민디 캘링은 이 영화의 주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한 사람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성숙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때때로 슬퍼해도 괜찮다는 것을.” 모든 사람의 삶은 희노애락애오욕의 온갖 감정이 다함께 어우러진 덩어리다. 어느 누구도 일평생 기쁨의 감정만 누리고 살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그토록 수많은 감정을 거치는 가운데 값진 경험을 쌓고 소중한 기억을 만든다. 그로써 더 나은 사람으로 무르익는다. ‘인사이드 아웃’은 바로 그 소중한 마음의 풍경, 삶의 과정을 일깨우는 애니메이션이다.











-감정과 기억의 세계, 어떻게 표현했나-



라일리가 맞는 삶의 매순간, 마음 본부의 다섯 감정이 제어판 앞에서 모니터로 라일리의 상황을 지켜보며 그에 맞는 감정을 표출한다. 그에 따라 기억이 바로 구슬 안에 담겨 쌓인다. 그 상황이 기쁨의 순간으로 기억되면 기쁨을 상징하는 노란색 구슬이 되는 식이다. 그렇게 쌓인 기억은 하루에 한 번씩 장기 기억 저장소로 옮겨진다. 기억 구슬들은 마음속 세상을 이리저리 연결하고 있는 기억 통로를 타고 움직인다.



수많은 기억 속에서도 라일리의 성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억은 핵심 기억으로 따로 분류된다. 라일리의 경우, 따뜻한 가족애의 기억, 하키 했을 때의 기억, 엉뚱한 놀이를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 친구와 함께했을 때의 기억, 정직함을 발휘했을 때의 기억이 핵심 기억을 이룬다. 이것은 마음 본부와 이어진 가족섬·하키섬·엉뚱섬·우정섬·정직섬 등의 주요 구역을 지탱하는 에너지 구실을 한다. 장기 기억 저장소에 보관된 기억 중에서 라일리가 오래도록 꺼내보지 않는 기억 구슬은 기억 청소반이 마음 세상의 아래 자리한 깊은 구렁으로 떨어뜨린다. 그곳에서 구슬들은 하나둘 사라진다.



마음속 세상의 한편에는 상상의 나라와 꿈 제작소도 있다. 상상의 나라는 라일리의 상상력을 나타내며, 꿈 제작소는 매일 밤 라일리가 꾸는 꿈을 마치 영화처럼 제작하는 스튜디오다. 상상의 나라에는 라일리가 갓난아기 때 상상했던 ‘상상 속 친구’ 빙봉이 산다. 마음속 세상에서 말썽을 일으키면 잠재의식의 감옥에 갇힌다. 그것 말고도 위험 구역이 또 하나 있다. 위험 지역을 돌아다니는 정체불명의 감정이나 기억은 추상화 과정을 통해 없애버린다. 어떤 감정이나 기억이든 그 형태를 2차원의 도형과 선으로 점점 추상화해 결국 소멸시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기쁨과 슬픔은 이 모든 구역을 두루 거친다.



글=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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