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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혐오, 돈 되는 상품

중앙일보 2015.06.26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지난 23일 어떤 물건을 ‘치우겠다’ 선언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 13개 주를 상징하는 깃발 ‘남부기’ 관련 상품들입니다. 이날 이베이와 구글도 같은 발표를 했습니다.



 이는 지난 17일 발생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의 비극 때문입니다. 백인 청년 딜런 루프(21)가 교회 안에서 총을 쏴 9명의 흑인을 살해했습니다. 루프의 SNS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흑인에 대한 혐오글과 남부기 사진 여러 장이 발견됐습니다. '인종차별의 상징'이냐 '남부 문화의 일부'냐, 오랜 논쟁을 낳은 이 깃발에 대해, 미국 사회의 결정은 '퇴출'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혐오는 원래 돈 되는 상품입니다. 한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혐한’ 책들로 돈 버는 일본 출판사가 있는 것처럼요. 이런 경우는 혐오를 조장해 돈 버는 이가 누군지, 명백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디지털에서입니다.



아마존은 남부기의 판매자가 아닙니다. 아마존이라는 장마당에 판매자가 자신의 물건을 진열해놓았을 뿐이죠. 그럼에도 아마존이 이번 결정을 내린 건 플랫폼으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겁니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3년 5월 “잔인하거나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내용의 게시물을 신고하면 제작자 실명을 밝히게 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폭력 게시물을 방치한다는 비난 때문에 내린 결정입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공지글 아래엔 ‘달라진 게 없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세르비아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코소보 학살과 인종 청소를 옹호하는 글을 수차례 신고했는데 처리된 게 한 건도 없다”며 “당신들이 강간·살해 당했어도 이렇게 했겠냐”고 적었습니다.



 최근 국내 페이스북에 두 달 간 연재된 ‘상남자’라는 만화가 ‘데이트폭력 미화’로 논란이 됐습니다. 여자가 “벚꽃 보러 가자” 말하면, 남자가 욕하며 여자를 주먹으로 때리고,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는 “니가 꽃이잖아” 말하며 끝나는 식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때리고는 애정을 표현하는 구성이 반복됩니다. 만화는 유명세를 얻어 5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작가의 팔로어는 늘어났습니다. 지난 주 작가는 “나는 실제로는 만화같지 않다”며 몇몇 장면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늘어난 SNS 친구들에게 ‘돈 받고 그림 그려드린다’고 홍보했습니다.



 이런 것들은 다 하위문화의 위악, B급 유머나 농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총기난사범 딜런 루프의 친구가 사건 후 미국 언론 데일리비스트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옮기며 글을 맺겠습니다.

“딜런이 평소 인종차별적 농담을 많이 했지만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어요. 그런데 그게 농담이 아니었네요.”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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