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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삼성물산 합병, 엘리엇 주장 타당한가

중앙일보 2015.06.26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노준화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헷지펀드 엘리엇과 삼성 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엘리엇의 주장은 우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1대 0.35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합병의 기준이 되는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 삼성이 인위적으로 주가형성에 개입했거나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을 때를 선택해 합병 기준을 잡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합병은 당사자들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서 정하는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자본시장이 활성화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합병과정에서 주식가치의 평가방법을 법률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법에서 주식가치의 산정과 합병비율의 산정방식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따를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아닌 ‘따라야 한다’는 강제규정이다. 엘리엇의 주장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바로 삼성의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따랐고 또한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다른 주장은 삼성물산의 주가보다 장부상의 자산가치가 더 높다며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왜곡평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가치는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이 합병할 때 추가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이다.



 또 삼성이 합병기준일을 임의 선택하여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특정일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일의 주가, 특정일의 직전 주간 주가 및 특정일의 직전 월간 주가를 모두 고려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이러한 주장도 타당성을 가지기 어렵다.



합병비율을 산정 할 때 고려할 또 다른 요소는 증여문제이다. 그러나 상장법인 간의 합병에서 주식가치 법에 어긋나게 평가해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동의할 수 없는 주주들이 있을 수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들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즉,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 전에 서면으로 합병결의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통지하고 회사에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합병과정은 주주들의 부의 변화가 없게 하는 것이 공정성의 핵심이다. 삼성물산의 주식 7.12%를 매집한 엘리엇도 주주이지만 삼성물산의 나머지 약 92.88%와 제일모직의 모든 주주도 합병비율의 공정성은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 주주의 주장에 따라 법률과 다르게 합병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불공정한 부의 이전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법에 저촉되는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회사와 경쟁하는 한국의 업계 대표 두 회사가 외국계 헷지펀드의 여론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는 상황은 SK와 KT&G 등 이전에도 경험하였던 바 있지만 그에 대한 당국의 정책 대응은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없다.



노준화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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