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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십 년 같이 살아도 재산 상속 못 받아 … 프랑스선 3년 동거하면 법률로 권리 보장

중앙일보 2015.06.25 00:43 종합 8면 지면보기
“한쪽이 ‘헤어지자’고 짐 싸면 그걸로 끝이다.”


‘반혼’ 법적 문제와 대안은
신혼부부에게 세금 깎아줘
자발적 혼인신고 유도를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가 설명한 법률혼과 사실혼의 결정적 차이다. 길게는 수년간 소송을 거쳐야 이혼이 가능한 법률혼 부부와 달리 사실혼 커플은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로 혼인 관계를 끝낼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법률혼과 달리 사실혼은 소송이란 수단으로 헤어지려는 상대를 붙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쪽이 변심할 경우 부부였다는 사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곧바로 ‘남’이 된다.



 이처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의 결혼 생활은 자유를 누리는 대신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배우자 사망 때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배우자 생전에 연락도 없던 전처 소생들이 나타나 재산을 모두 가져가도 막을 방법이 없다.





 자녀가 태어날 경우 출생신고와 부양책임의 문제가 생긴다. 생모는 출산증명서가 있으므로 친생자 관계가 바로 성립되지만 남편이 자녀임을 부인하면 ‘인지(認知)소송’을 내야 한다. 혼인 중 태어난 자는 남편의 아들로 추정하는 법률혼과 다르다. 만약 생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생부가 혼자 출생신고를 하려면 유전자검사 등 가정법원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연말정산을 할 때도 배우자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다.



 사실혼 커플이 많은 서구 국가들에선 이미 다양한 법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는 1999년 ‘동거계약법(PACS)’을 제정해 ‘계약동거’ 커플에게 자녀 양육수당을 주고, 동거 기간 3년이 지나면 유산 상속도 받도록 했다. 일상가사와 관련해 부담한 채무는 연대책임을 진다. 네덜란드도 98년부터 ‘동반자 등록법’을 만들어 이성 커플뿐 아니라 동성 커플에 대해서도 법률혼 부부와 똑같은 법적 의무와 권리를 인정해준다. 독일은 사실혼 커플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부양료를 주도록 하는 등 권리 의무 관계를 정리해놓은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혼 부당 파기 소송을 통해 위자료 및 재산 분할을 받는 게 전부다.



 이현곤 변호사는 “불안정한 지위에 따라 결별 시 불이익이 크다”며 “가족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현실을 관련 법률에 반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 상담소 부장도 “자녀 양육이나 상속권 보장 등 사실혼 가정과 관련된 법적 미비점에 대해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실혼 부부가 자발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경자 동의대 가정상담학과 교수는 “신혼부부에게 피부에 와닿는 각종 세제상의 혜택을 주면 자연스럽게 혼인신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육아시설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확대해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을 줄여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제·정혁준 기자



◆사실혼(事實婚)=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혼인 의사가 인정되고 결혼이라고 볼 만한 부부 생활을 해온 경우를 말한다.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 등은 가능하지만 상대방 사망 시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법률혼과의 차이는 혼인신고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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