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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사람 잡는 메르스 알레르기

중앙일보 2015.06.25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알레르기는 면역체계의 비정상적 반응이다. 과학철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잠재적 공격자에 대해 지나치게 열심히 대항하는 것’으로 정의(『The Magic of Reality』)한다. ‘해롭지 않은 것을 상대로 쓸데없이, 소모적으로, 심지어 파괴적으로 싸우는 것’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인체에 그다지 해를 입히지 않는 꽃가루나 강아지 털 때문에 콧물을 줄줄 흘리고 연신 재채기하는 것까지는 인체의 이상 작동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천식쯤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통의 시간과 강도가 다르다. 땅콩 한 알 때문에 멀쩡하던 사람이 숨이 막혀 죽는 일도 있다.



 인류는 알레르기의 근원을 추적해 왔지만 아직도 해답을 얻지 못했다. 외부 위험 요소들의 습격을 받아 생겨난 트라우마가 유전적으로 기억돼 유사한 것들, 또는 그 습격을 연상시키는 것들에게까지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이 인체의 오작동은 위험한 것과 위험하지 않은 것을 분별해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 결과 태아를 공격해 유산시키는 실로 멍청한 짓까지 벌인다. 경이로울 정도로 정교한 인체가 가진 오류 중 하나다.



 그런데 인간에게 이러한 몸의 결함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위험성 분별력 면에서 더 바보 같은 일을 벌이고, 그게 잘못된 일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많은 사람이 메르스 환자와 격리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사방에 뿌리고 다니는 것처럼 얘기한다. 아파트 헬스장에 주민 환자의 사진을 붙여 놓은 곳도 있었다. 위험에 대한 1차원적 반응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의심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이 신고를 꺼리게 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기억은 다음 감염병 유행 때까지 고스란히 간직될 것이다.



 사람들은 완치된 환자도 피한다. 그들은 이제 메르스에 대한 면역 기제를 갖춘, ‘방어를 아는 몸’이 됐는데도 접촉 차단 대상으로 분류한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그들의 아이들까지 기피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면역체계가 병원균과 싸우는 항체까지 공격해 죽이는 꼴이다.



 이 집단적 메르스 알레르기 반응은 사회의 방역 체계를 혼란에 빠트린다. 정작 위험한 것은 놓치게 한다. 공격해야 할 진짜 적은 무능한 정부, 전문적이지 않은 전문가, 부실한 의료 시스템, 기회주의적 정치인, 그리고 피아(彼我)를 구별 못하고 오인 사격(friendly fire)을 퍼붓는 이들이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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