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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갖다달라” 승객 난동 … 미국 항공기 ‘땅콩 회항’

중앙일보 2015.06.24 01:09 종합 14면 지면보기
실제 ‘땅콩 회항’이 벌어졌다. 대서양 상공에 진입했던 비행기가 땅콩을 둘러싼 기내 소동 탓에 회항해 비상 착륙해야 했다. 이로 인해 6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륙 후 기수 돌려 6억 손실

 20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시카고로 향하던 유나이티드항공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륙 후 15분 만에 미국 버클리에 사는 제레미야 마티스 시드란 남성이 벌떡 일어나더니 “땅콩이나 스낵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승무원들이 달랬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서 있었고 땅콩 몇 봉지를 받은 후에야 앉았다. 그러다 10분 후 다시 일어나 더 달라고 요구했다. 여승무원이 “다른 승객들도 있으니 남으면 주겠다”고 하자 그는 욕설을 섞어서 “내가 원하는 만큼 달란 말이야”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여승무원에게 완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승무원들은 곧바로 기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주변 승객들도 불안감을 느끼긴 매한가지였다. 계속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했고 짐칸을 열곤 했다. 화장실도 빈번하게 들락거렸고 통로를 막기도 했다. 기장은 시드 주변에 남성 승객들만 앉도록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였다. 기장은 결국 기수를 돌리기로 결정했다. 스코틀랜드를 지나 대서양으로 접어든 상태였지만 더 이상 안전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가까운 데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로부터 32㎞ 떨어진 알더그로브 공항이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항공유 5만L를 버렸다. 시드는 비상 착륙 후 곧바로 공항 경찰에 연행됐다.



 그렇다고 동승객들의 고난이 끝난 게 아니었다. 곧바로 출발할 경우 조종사들의 연속 운항 시간 규정을 초과할 수 있어서 24시간 후에나 이륙이 가능했다. 280여 명이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다는 얘기다. 주변엔 변변한 숙소도 없었다. 269명은 말 그대로 공항터미널 맨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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