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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곽경택 영화감독

중앙일보 2015.06.24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아들 없는 내 엄마 가실 때 어찌하나

초라하면 어쩌나 노심초사 했는데

영혼은 꽃밭 속에서 사십구일 계셨네.

- 류춘자(1942~ ) ‘사모곡 Ⅳ- 막제’ 중에서


가족 안에 우주가 있어라
칠순 노모의 애틋한 사모곡


 
올해로 일흔셋이자, 시조시인인 내 어머니의 시다. 평생 가정주부로 사신 어머니는 예순이 넘어 부산방송통신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시를 쓰기 시작해 예순여덟 나이에 등단했다. 이 시는 5 년 전 외할머니의 49재를 치르며 쓰셨다. 칠순 무렵 나온 첫 시집에도 실렸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딸 다섯을 키워낸 외할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느껴진다.

 가정주부답게 어머니의 시는 전부 가족들 얘기다. 세상을 보는 대단한 시각이나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가족사를 바라보는 눈 속에 우주가 느껴질 정도의 큰 깨달음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이번 영화 ‘극비수사’의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어머니가 평소 해주신 말씀을 주제의식 삼았다. “공덕은 결국 우주를 돌아서 내게 돌아온다. 덕을 베풀며 사는 게 사람 모습이다.” 유괴사건 소재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가족의 얘기로 풀어갔다.

 영화를 하면서 종종 힘들어하는 내게 ‘아들아’라는 시를 써주셨을 땐 많이 울었다. 어머니는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았고, 믿어주셨다. 그 믿음이 자식으로 하여금 배신할 수 없게, 최선을 다하게 한 최고의 교육 아니었을까. 이번 영화에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엑스트라로 출연시켰다. 점 보러 온 중년 아주머니 역할인데, 아주 좋아하셨다.

곽경택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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