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선행(先行)에 대비되는 후행(後行)학습을 장려해야 한다. 수학은 위계성(位階性=여러 기초분야를 알아야 다음 단계 학습이 가능)이 뚜렷하기 때문에 한번 생긴 학습 결손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해의 결핍으로 스위스 치즈처럼 숭숭 뚫린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그 이후의 공부는 사상누각이다.
교육은 모름지기 상위와 하위 집단을 고르게 보살펴야 하므로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영재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교육복지 차원에서 부진아 대책도 절실하다. 수학 성적 하위권 학생이 이해의 공백이 시작된 지점으로 돌아가는 후행학습의 기회를 공교육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입시에서 수학의 비중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학이 입시의 중핵에서 멀어지면 공부가 편안해질 수 있다. 학생의 수능 수학 등급은 입학 후의 학점이나 취업률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대학은 입학전형에서 수학 우수학생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대 정시의 경우 인문계열도 수학에 1.25배의 가중치를 두고 있어 문·사·철 전공의 합격 여부까지도 수학이 쥐고 있다. 대입의 최대 모순 중의 하나는 수학을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 의대는 수학 지존(至尊)을 뽑아 가고, 수학 의존도가 높은 상경계열은 가벼운 문과 수학만 요구하는 점이다. 수능 수학 점수를 중심으로 수험생을 줄세워 놓으면 대학은 위에서부터 입도선매하는 게 ‘불편한 진실’인 바 대학마다 나름의 지표에 의해 전공별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주변의 요구에 맞추다가 누더기가 된 수능 수학도 손보아야 한다. 수학 평균이 낮다는 비판으로 난이도를 전반적으로 하향조정했지만, 상위권 변별을 위한 만점방지용 문항은 어려워졌다. 수험생 중에는 쉬워진 문제를 신속하게 풀고 남는 시간을 이용해 고난도 문제를 원시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수학적 직관으로 우아하게 풀어낸 학생과, 일일이 경우를 열거해 푼 학생이 동등한 점수를 받게 된다. 실제 2015 학년도 수능의 수학 B형 만점자 비율이 4%를 넘어서면서 비판대에 올랐는데, 다수의 학생이 고난도 문항을 다양한 변칙 방법으로 풀면서 출제자가 비장의 카드로 생각했던 문제가 변별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능은 ‘상당히 쉬운 다수의 문항’과 ‘지나치게 어려운 소수의 문항’으로 양극화된 상태이므로 전자의 수준은 약간 높이고 후자의 수준은 낮추어야 한다.
수많은 학생에게 열패감을 안겨주는 수학교육의 현실은 승자의 증가분이 패자의 감소분보다 적은 네거티브섬이다. 전술한 사항들부터 소소하게 실천해 나간다면 학생이 느긋한 마음으로 수학을 대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개인적 사고의 수준을 높이면서 국가적으로는 인적 자원의 질을 고양시키는 포지티브섬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