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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금리인하의 역설 … 신용낮은 30만 명 돈 못 빌릴 수도

중앙일보 2015.06.24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정부와 여당이 대부업 최고 금리를 현행 34.9%에서 29.9%로 5%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햇살론·미소금융·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등 정책성 서민대출상품의 규모를 늘리고, 금리도 내린다. 23일 금융위원회가 새누리당과 협의를 거쳐 내놓은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의 골자다.


손실 날 가능성 커 대출 꺼리고
소형업체 폐업, 불법 사금융 활개
정책 금융상품 늘려도 기금 한계



 이날 당정이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대부업법상 이자율 상한은 금융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다. 금융위는 최고 금리가 29.9%로 낮아지면 대출자들의 연간 이자 부담은 4600억원 가량 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34.9%의 최고 금리를 내는 대출자는 대부업체 210만명, 저축은행 60만명 , 캐피탈사 4만명 등 270만여명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2년간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형 대부업체들의 대출 원가가 평균 4.35%포인트 낮아졌고, 과도한 광고와 손실대비용 충당금 규모를 줄인다면 감당할 여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금리 인하가 본격 논의 된 것은 3월말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후다. 중산층을 겨냥해 나온 저금리 정책상품이 인기를 끌자 저소득·저신용자에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고, 여·야 의원들도 앞다퉈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대형 업체들은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큰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꺼리고, 소형 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금리 인하 여파에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신용등급 최하층인 9~10등급 중 최소 8만명에서 최대 30만명이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나고 8800개의 대부업체 중 500~1000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책은 정책금융을 확대해 이들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4개 정책성 서민대출상품의 연간 공급 규모를 4조5000억원(47만명)에서 5조7000억원(60만명)으로 늘리고, 최고 금리는 12%에서 10.5%로 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또 임대주택 임차보증금 한도를 늘리고, 연 4.5%의 교육비 대출과 저소득 노령자 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대책도 새로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서민금융업체들의 빈 자리를 정책금융으로 메우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바꿔드림론의 경우 연체율이 25.7%까지 치솟으며 기금 고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반면 은행권이 관리하는 새희망홀씨는 연체율이 2.6%이지만 전체 대출자 중 저신용자(7~10등급)가 차지하는 비중은 36.1%에 머문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은 “근본 대책은 시중은행에 밀린 저축은행, 상호금융기관 등 서민금융업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염지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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