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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주음마을 12일 만에 격리 해제 … ‘녹차로 메르스 이겨냈다’ 플래카드

중앙일보 2015.06.23 00:45 종합 8면 지면보기
22일 ‘메르스 격리’가 해제된 전남 보성군 주음마을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보성=프리랜서 오종찬]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드디어 오늘 0시부터 격리가 해제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두 잔치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을잔치 열고 오랜만에 얘기꽃
녹차의 퇴치 효과는 증명 안 돼

 22일 오전 10시 전남 보성군 보성읍 용문리 주음마을. 주민 이관옥(73)씨가 마을 경로당 방송설비로 안내방송을 했다. 사투리 없는, 또박또박한 표준말이었다.



 이윽고 주민들이 경로당 앞에 설치된 천막으로 모여들었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서 그랬던지 연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나온 최덕희(75·여) 이장은 이웃들을 껴안거나 두 손을 맞잡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주민들도 “이장님. 몸은 어쩌요”라고 안부를 확인했다. 그러곤 천막 속 테이블에 마주 앉아 보성군이 마련한 돼지고기 머리고기와 수박·떡·녹차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음마을은 이렇게 잔치로 격리 해제를 자축했다. 주민인 113번 환자(64)가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인 지 2주일 만이다. 113번 환자는 의심증상을 보이자마자 격리됐고, 마을은 그가 확진을 받은 지난 10일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그러다 잠복기로 알려진 2주일이 지나도록 추가 환자가 없고 의심증상을 보인 주민도 없어 격리가 풀렸다.



 주민들은 이날 아침 일찍 논·밭으로 향했다. 오전 8시쯤 마을에서 만난 박금석(86·여)씨가 양손에 낀 장갑에는 흙이 가득 묻어 있었다. 오전 6시부터 콩밭에서 잡초를 뽑았다고 했다. 박씨는 “이웃이 메르스에 걸렸다고 해서 처음엔 괜히 겁을 잔뜩 먹었당께. 근데 그 양반도 완치되고 아무것도 아니드만”이라고 말했다. 이웃 김순녀(77·여)씨도 “메르스? 에이, 집에 갇혀 지내는 것만 불편했제. 오후에 읍내에 파마나 하러 가야제”라고 했다.



 주음마을에 들어가기만을 기다리던 이들도 있었다. 차로 5분 거리인 보성읍 부평2동에 사는 이종련(80)씨가 그랬다. 주음마을에 논을 가진 이씨는 새벽안개가 걷히기 전 1t 트럭에 비료 살포기를 싣고 찾아와 논에 비료를 뿌렸다. 보성군과 읍사무소 측은 격리 해제를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마을 입구에 내걸었다. ‘보성 녹차로 이겨낸 메르스’ ‘보성은 녹차로 메르스를 정복했다’는 플래카드다. 보성 특산인 녹차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메르스에 녹차가 효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보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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